2023. 11. 10
어제 컨설팅 그룹 미팅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곤 하는데 이번 주제는 몇 달 전 진행하다 취소된 줄 알았던 아이돌 보이 그룹에 대한 내용이었다.
우리가 준비하던 보이 그룹이 해외의 대형 그룹에서 1차 투자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 프로젝트를 다른 구도로 더 진행해 볼 여지가 생겼다는 이유였다.
회의는 큰 고민 없이 30분도 안돼서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에 사무실에는 여러 손님들이 왔다.
비가 내리기 전 도착한 손님은 H사에서 이제 막 내려오신 분이었는데, 지인 분이 채권을 팔아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했다. 미국 국채 50억 달러였다.
한화로 약 7조 원이나 됐지만 미국 국채는 할인율만 괜찮다면 구매할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 정도 규모를 다룰 수 있는 몇몇 분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바로 가능하다는 분에게 답신을 받았다. 몇몇 자료들을 체크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다.
할인율이 60%, 만료는 2026년, 급전이 필요한 경우라면 좀 싸게 넘기는 것이라 의문이 들긴 했다. 기준금리가 5.5%가 아니라 6% 이상으로 오르는 경우라면 80% 정도로 볼 수 있으니 괜찮은 딜이었다.
거래 수수료는 몇 퍼센트나 설정할지 구체적인 값은 받지 못했지만 파는 조건에 따라 5~10%까지도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참여한 파트너와 동등하게 나눠도 한화로 수백억을 벌 수 있는 일이었기에 힘 있는 분들에게 연락해 보았다.
추가 문서를 요청해서 확인해 보니 바로 다음날인 오늘 딜은 캔슬됐다.
이유는 자료가 불확실했고, 내용이 달랐다.
두 번째 전달받은 문서를 보니 채권은 미국 국채가 아닌 미국의 오일 기업의 회사채였다. 국채와 회사채의 신뢰도는 크게 다르다. 또한 국채가 들어올 수 없는 경로로 거래된 기록이었다.
바로 해당 내용을 문의를 준 분께 전달하고 딜은 드롭시켰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나름 업계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이 해결책을 찾는다고 해서 도움을 주면, 실제 정보가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큰 거래와 큰 프로젝트에는 중간에 몇 명의 에이전트가 끼어있는지도 모르는 일들이 많고, 또한 해당 프로젝트에 이해도 없이 내용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채권은 처음 다뤄봤기 때문에 단순히 전달했는데, 내 선에서 먼저 체크를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내 파트너들에게 검증을 요청할 필요도 없이 내 선에서 검증하고, 내 선에서 관계를 체크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무리 대단한 기업에서 수십 년을 근속했다고 해도 문서 하나 제대로 읽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건 명확한 정보인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에 많은 사기꾼들이 있다고도 하지만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정상적인 프로젝트를 사기로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원래 의뢰자가 미국 회사의 채권을 말했는데, 전달 과정에서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이 미국 국채로 변경됐을 가능성도 분명 있다. 그러니 이런 일들이 생기게 된다.
사업을 하면서 더욱더 정보의 중요성과 검증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너무도 많은 일들이 아주 낮은 이해도를 가진 이들에게 권한을 주고 진행되고 있다. 나와 내 파트너들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