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5
어제 브런치에서 글을 하나 봤다.
이곳(브런치)은 일기장이 아니라는 글이었다.
뜨끔했다.
일기장을 나처럼 대놓고 본격적으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특히 브런치 구독자가 천명 넘는 사람 중엔 내가 알기론 일기 쓰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공개적으로 일기를 쓰는 이유는 여정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내가 24살에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나서,항상 궁금했던 것은 성공한 기업가들의 삶이었다. 그것도 성공한 기업가들의 성공 이후가 아닌 성공 전의 풋내기 시절 말이다.
나는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기 직전 모습이 궁금하고,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을 만들기 전 오렌지만 먹으며 버텼다는 하루하루가 궁금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성공 전에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 성공 후에 기록된 이야기일 뿐 현재 시점을 담은 내용은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바라는 사람의 롤모델이 나 자신이 되기로 결심했다. 내가 성공하던 못하던 하루하루를 공개적으로 기록해 두고, 하루동안 느낀 여러 감정들과 사건들에 대해 최대한 솔직한 심정으로 담아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이들의 후광을 보고 그가 완벽한 인간일 것이라 착각한다.
아니.
아무리 성공한 인간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고, 한심스러운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한껏 나태해져서 내놓기 부끄러운 하루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하루하루를 감추고 우상화된 모습이 미디어에서 원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살아온 흔적이 선명한 사람이고 싶다.
의미 있는 글이란 무엇인가?
글을 8년 가까이 쉬지 않고 써온 나에게 있어서 의미 있는 글은 조회수를 늘리고, 구독자를 늘리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수 백 명에게 아주 조그만 영향을 주는 글을 쓰느니 나는 나와 같은 선택을 한 후배 기업가들의 인생을 바꿀만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그 기록은 하찮아 보이는 매일매일의 기록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이 분별된다. 가치 없는 것들은 보통 아주 멋져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찬란하게 빛나는 것들도 있다.
그것은 내가 힘든 시절 적어두었던 다짐, 오래전 가족과 찍었던 일상적인 순간들, 여러 시련을 마주했을 때 고통스러웠던 과거들, 인간이기에 마주했던 수많은 삶의 순간들은
비록 누군가에게는 하찮아 보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을 바꿀만한 큰 가치가 있는 보물이다. 나는 브런치에서 구독자를 얻어보겠다는 마음은 버린 지 몇 년 됐다. 그저 내가 생각하기에 귀중한 기록을 남겨두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것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고, 누군가에겐 힘든 순간에 힘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