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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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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Oct 31. 2023

10월 31일

2023. 10. 31

오늘도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알림 시간인 7시보다 10분 앞서 눈이 떠지고,


언제나처럼 꿈을 기록했다.


내 꿈은 계속 반복된다.


인셉션에서 주인공의 꿈속에 자살한 부인이 계속 나타나듯


내 꿈에도 지울 수 없는 몇몇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녹음기를 켜고,


마치 범죄 현장을 서술하는 형사처럼 꿈을 나열했다.


일상적인 기록이다.




꿈에서 빠져나와 이른 아침부터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풀어헤쳤다.


꿈속에서 만난 오랜 인연들과


요즘 마주한 여러 고민들을 끄집어내 보고자.


그러나 글은 막힌 배수관처럼 꽉 막혀


두 줄을 쓰고 나니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인간으로서 어떤 부분이 고장 난 듯한 느낌도 난다.


며칠 전엔 한 사람의 얼굴을 보다가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슈탈트 붕괴’가 이런 건가 싶었다.



이상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침부터 여러 거래처에게 연락이 왔고,


논의는 아무 문제 없이 진행했지만 기분은 이상했다.



점심이 지나 정신을 차릴 겸 샤워를 다시 했다.


샤워를 하면서 좀비에 대해 생각했다.


“좀비는 에너지 공급원이 없음에도 사람을 보면 달려든다.”


“그걸 이용하면 무한 동력 발전을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좀비로 무한 청정에너지를 얻는 세상을 떠올렸다.



샤워를 마치고 동네를 한 바퀴 걸었다.


평소엔 가지 않던 길을 따라 걸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하는 교회 문구가 보였다.


글자가 조금 뒤틀렸지만 기억에 남았다.


‘하나님의 사랑이라… 어떻게 사랑한다는 걸까?’



목숨까진 아니지만 절박한 하루하루를 살면서


진리를 쫓아다녀봤지만,


신의 사랑이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나에게 신에 대해 알려준다던 옥한음 목사님 제자 중 한 분은 사람은 신천지 전도사로 일하고 있다.


신이라 참으로 어려운 주제다.



얼마 전 친구가 일본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사진과 일본에서의 하루하루가 매력적으로 들렸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어서일까.


그렇게 맑다던 일본의 아침 공기를 마셔보고 싶다.


나지막한 건물들을 보며 탁 트인 하늘을 봤다는 그가 부러웠다.


나는 조금 쉬어가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저 맑은 하늘이 보고 싶은 걸까.


집 주변 카페에 앉아 멍하니 오늘을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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