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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an 01. 2024

용서

2024. 1. 1.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용서하기 쉬울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3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에게 10만 원을 빌려가고 갚지 않는 일은 뼈 아프다. 가진 게 없으면 없을수록 작은 생채기 하나도 크게 아픈 법이다.




가진 게 없으면 사람들의 시선도 아프다. 사람들의 무심한 시선이 나를 비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나를 향한 비웃음으로 들리기도 한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도 아프고 관심을 받아도 아프다.


나라는 사람은 삶이 명료하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잘 먹고, 다른 이들만큼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나 역시 가진 게 없다면 아플 것이다. 내가 가진 게 초라하다면 하나하나를 모두 어렵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겐 가벼운 돈 장난이, 나에겐 전재산을 건 배팅이 될 수 있으니.


성경에 남의 죄를 용서해 준 만큼 나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예수님,


가진 게 없는 사람은 타인을 용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30만 원 중 10만 원을 갚지 않는 이들을 용서하기 쉽지 않습니다. 누구에겐 한 끼 밥값이겠지만 나에겐 열흘의 생명 값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용서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 용서의 무게가 누구에게나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


신이 있다면.




나는 무거운 용서를 결심하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기 때문이며, 내가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 같다. 내 무거운 용서가 그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신이 있다면 이 무거운 용서만큼, 나의 죄도 용서받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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