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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Feb 27. 2024

기회

2024. 2. 27.

사업의 구조가 쉽게 보이는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이 더 많다. 샤워기를 틀면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지만 그 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집 안까지 들어오는지 알기는 힘든 것처럼 말이다. 샤워기를 통해 물이 뿜어지기 위해서 수도관을 끌어와야 하고, 집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승인을 받아야 하며, 건축이 진행될 때는 건설사, 시행사, 설계사 등이 참여할 것이다. 또한 분양을 위해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할 것이며, 수도 파이프 자제를 넣기 위해서 더 좋은 가격으로 비딩 하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는 얼마나 많은 시장 참여자가 있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세상은 복잡하다. B2C를 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사람들이 해당 사업의 구성과 돈의 흐름을 외부 자여도 아는 경우가 있지만, B2B나 B2G 그리고 파생된 산업의 경우에는 한도 끝도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해서 나타나게 된다. 


개발사를 운영하고 나서 사파에 귀의한 사람처럼 방랑하면서 살다 보니 더 많은 기회를 마주하곤 한다. 과거의 글에서 종종 다뤘지만 세상엔 재밌는 일들이 수없이 많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의 수도 한도 끝도 없이 많다. 


기회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거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총 5개의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1개는 내가 대표로 리드하는 사업이고, 나머지 4개는 CTO 또는 사업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사업이다. 5개의 사업이 순식간에 시작되고 있는 것은 내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라기 보단 파트너들이 필요로 하는 소스코드 또는 대표로서의 경력이나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 인맥 덕분이다.


사업을 하지 않고도 임원진에 오르는 경우는 길고 오래된 경력들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CFO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빅 4 회계법인 출신일 것이 분명하고, 그곳에서 커리어를 밟다가 이직해서 재무이사로 경력을 쌓아갔을 것이다. 또는 컨설팅 그룹 출신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대기업, 은행, 증권사 등 강력한 조직 내에서 15~20년 가까운 경력을 쌓은 분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면서 참여하곤 한다. 이유는 그분들도 기존 조직에서 오를 만큼 올랐고, 조직 밖에서 새 출발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큰 회사의 비호를 받으며 살아온 분들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기 사업으로 시작한 대표들이 모두 한 자리에 결국은 모여 새로운 구도와 기회를 창출하는 논의를 끝없이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자신의 무기가 필요하다. 홈택스 인증할 필요가 없이 모두가 인정하는 거대한 기업을 빠르게 달성한 분들은 사람들을 속일 필요 없이 금융 시장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파트너들을 만나 기회를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훌륭한 사업 파트너를 만나 시너지를 이끌어내면 10억짜리 기업이 100억, 1000억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반면 출발이 잘못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희생자를 생산해야 지속가능한 경우가 있다. 희생자가 없이는 지속 불가능한 기업들은 금융 자산의 흐름보다는 자신들만의 성공 논리를 바탕으로 플레이를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심심할 때 편집도 없이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일들은 매우 드문 일일 것이다. 금융 세계에 속해있으면서도 동시에 나는 기록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내가 마주한 세계에 대해 일부분을 공유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세상에 조금씩 들어갔고, 결과적으로는 생각보다 더 깊은 비즈니스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다.


사람은 결국 자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이것이 세계관이 되는 것 같다. 내 어린 시절 세계관을 구성한 직업은 촌 동네로 들어오는 과일장수, 개장수 분들과 아버지가 하셨던 목수 일. 그리고 과수원 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전부였다. 알고 있는 직업이 다 합쳐도 10개가 안되던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세상에 나를 집어던져보니 점점 더 큰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고, 동시에 회오리 같은 이 변화 속에서 순식간에 일어나는 역사적인 순간들을 목도하는 기분이 든다.


이제 막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지금 경험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사업을 해도 정형화된 모델로 바이사이드, 셀사이드가 명시적인 경우라면 자본 시장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거래의 형태를 모를 것 같다. 그러나 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세상의 언어와 시야가 열리게 되고, 그곳은 모든 것이 기회인 땅이었다.


세상에 기회가 없고, 레드오션처럼 보이지만 반대의 시장은 선명하게 존재했다. 도리어 너무나도 많은 기회 중 가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분별해야 하며, 그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인물들과 구성원들, 함께하는 협력사들, 파트너십, 직간접적 관계들의 가치를 판별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그러나 재밌게도 어린 시절 내가 사업을 할 때는 가진 것이 없어 내 시간과 노동력만이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경쟁 포인트였다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다른 무기들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나는 개발사를 운영하며 소스 코드를 확보했고, 판권을 확보했고, 기술력을 얻었고, 개발 강의와 책을 쓰면서 지식을 다듬고 정돈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즈니스 세상에서 이뤄지는 숨은 이야기들과 관계들을 알게 됐다. 그렇기에 효용성과 부가가치가 내 현재 모습과 상관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대표들이 미팅을 하는 것이 어떻게 돈을 벌어오는 건지 어린 시절엔 정확히 몰랐다. 그저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 만나러 다니는 것일까. 마케팅을 위함일까. 아니면 접대를 위함일까. 그랬으나 결과적으로 만남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표면적인 것보다 숨은 것들이 많았고, 우리는 숨은 것들을 알고, 이를 보석처럼 다룰 수 있는 이들에게 큰 가치를 부여한다. 왜냐면 세상엔 이런 보석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기회가 끝없이 많다. 그렇기에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수신 가능한 주파수 대역이 적은 것일 수 있다. 기회를 볼 수 없고, 비전을 볼 수 없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져야 할 시기가 왔음이라 생각한다. 반면 너무나도 많은 기회가 보인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분별해 성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나는 많은 기회를 보며 또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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