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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Feb 29. 2024

열망

2024. 2. 29.

Soundtrack #19 | Fait Chier Paris | Mon Chien Stupide (2019)



금융과 블록체인의 세계는 빠르게 변화한다. 한 주 한 주 새로운 이벤트, 뉴스가 끝없이 도착한다. 기술과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인물들과 단체가 등장한다. 웹 프런트엔드가 빠르게 프레임워크나 기준 라이브러리, 모듈이 변화되는 것에 비하면 내가 속한 금융과 블록체인의 세계는 그보다도 빠르다.


금융과 블록체인은 빠르면서 동시에 도전적이다. 금융은 부를 다루기 때문에 법의 통제가 없는 한 무한대로 상품을 창출한다. 금융에서 만들어진 파생상품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기도 하지만, 우리 삶에는 수백 가지의 파생상품이 들어와 있다. 마치 GMO를 거부하는 근본주의자들도 무의식적으로 GMO를 먹는 것처럼 말이다.


변화의 기로에 있기에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세찬 변화의 바람 그 자체가 아니다. 요동치는 바람이 시장이라는 거대한 배를 어디로 밀고 있는지를 보고 있다. 바람을 요동치지만 그 바람의 방향 중에 우세하는 곳은 있을 것이다. 우세한 바람을 따라 배는 나아간다. 세계는 바람을 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사람들은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변화가 올 것은 알고 있으나 그 결과를 알지 못하기에 미래가 흐릿하다. 결과에 대해 베팅을 한 사람들은 시대가 변화할 때마다 부를 축적했다. 그들이 현명했던 것도 있겠지만 그들은 시장에 휘몰아치는 폭풍 가운데서 배가 나아갈 방향을 보았다.


거대한 창파 속 눈을 똑바로 뜰 수는 없더라도 정면을 바라보고 싶다. 비바람은 계속 몰아치고, 배에서 떨어지기 두려워하는 이들은 안전한 갑판 안 쪽으로 들어갈 것이다. 목숨을 부여잡고 싶은 이들은 아득한 아랫목으로 몸을 이끌 것이고, 멀리 있는 섬을 보기 위한 이들은 뱃머리에 서서 담대히 바다의 끝을 주시할 것이다.


열망이 곧 함께 배를 타고 있는 이들을 살리는 길이다. 다음 세상의 부가 있는 섬으로 모두를 이끌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비가 오던 눈이 오던. 폭풍우가 집어삼킬 때에라도 선장은 항해를 이어간다. 




풍파를 뚫고 보는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시대를 관통하는 철(徹)이 있다. 쉽고 달콤한 지혜를 찾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지혜는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이고, 들을 귀가 있는 자들에게만 들리는 신의 선물이다. 지혜를 잊은 백성에게 도달할 미래가 선명한 것처럼, 풍파에 길을 잃어 헤매는 배의 도착지도 선명하다. 폭풍우를 꿰뚫고 시대를 보는 이의 도착지 역시 분명하다. 


모두가 앞을 볼 수 없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앞을 보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 중요한 것은 보기로 각오한 이들에게는 보는 눈이 열릴 것이다. 보는 눈이 있는 자들에게는 그들에게만 허락된 세계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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