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8.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을 만큼 하루를 보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화장실에 쓰러졌다. 몇 시간이나 어두운 화장실에 누워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몇 시간이 지나고 낮이 되면 정신을 차리고 해야 할 일을 한다. 어떻게 일을 한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고,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몇 시간 동안 일을 하고 메시지를 보내둔다. 작업이 완료됐다고.
그 사이 오랜 친구에게 전화가 한 통 와있었다. 잘 지내는지. '한 달 만에 연락을 하네 이 새끼' 싶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내향적인 친구니 이해해 줘야지. 몸은 힘이 없어서 잠을 요구했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페트에 담긴 물을 다 비웠다. 갈증이 심하진 않았는데 배고픔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샤워를 하고, 산책을 하며 밥을 먹었다. 책의 출간을 기념하는 이야기도 오갔다. 수고해 주신 편집자님과 몇몇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했다. 작가로 살아가는 삶도 어쩌면 나쁘지 않을지도. 만약 내가 글만 썼다고 한다면 지금쯤 몇 권의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싶었다. 다른 세계의 나는 그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며.
이제 내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하루가 내일이다. 8월 9일.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 내일 찾아온다. 내일에 따라 내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수년간 준비해 온 날이다. 그것이 처음으로 검증되는 순간. 만약 이 모든 것이 나와 형제들이 준비해 온 대로 잘 해내준다면 우리는 세상을 이기게 된다. 우습다. 세상은 분명 어려운 것 같은데 죽을 만큼 바보처럼 살아간다면 가장 쉽고 빠른 비밀 통로를 보여주는 것 같다.
가시덤불이 가득한 미로에 빠져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나는 그렇다. 미로에 갇혀서 계속해서 걸어야만 한다. 가시덤불이 찌르는 고통을 참으며 이 막막한 미로에서 인생을 허비할 수는 없다. 미로에 흔적을 담겨 출구를 찾아야 한다. 핏자국을 나침반 삼아 망망대해 같은 미로에서 답을 찾는다.
에미넴의 노래 'Lose yourself'에서는 단 한 발의 총알만이 남아있다고 할 때 너는 그걸 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반드시 명중해야 하는 총알 하나를 가지고, 총을 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 나에게 남은 총알 하나와 총알이 향할 곳은 멍청해 보이는 세상의 주인. 그곳을 향하여 쏜다. 결과가 증명해 주겠지. 이 순간이 그렇게 기억되겠지.
떨리는 마음과 한 편으로는 덤덤한 마음으로 다가올 미래를 그저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이것을 위해 태어났을지도 몰라. 15년 전에 봤던 한 권의 책으로부터 인생이 결정됐을지도 몰라. 신이 있다면 내 편이기를. 내가 하는 일이 나와 형제들의 구원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