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여정

개권현실(開權顯實)

2024. 8. 9.

by 한상훈
Concerto Grosso for Strings "Palladio": I. Allegretto


이전과는 다른 북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동쪽 먼 곳에서 울리는 우렁찬 북소리인가. 메마른 고원에서 낮게 퍼져온 북소리인가. 진실의 막을 걷어내니 소리의 근원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호라. 비밀은 이곳에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또는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과 이야기로 얼기설기 엮어 툭하면 부러질 나태한 진리를 만든다. 허상이라 할만하다. 그렇기에 가까이 가기보다는 먼발치에서 세상을 보고, 두려움의 근원으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치려는 것이 본성처럼 보인다. 인간은 그렇게 도망간다.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척하며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정보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을 겁주는 여러 경고문을 보게 된다. 마치 버려진 연구시설, 들어가면 안 되는 낡은 군 시설같이 말이다. 그러나 마체테로 터무니없이 자란 덩굴 사이를 뚫고 지나가면 그 안에는 버려진 오래된 진실만 있는 법이다. 그곳을 감시하는 이도 없고, 그곳에 관심을 둔 이도 없다.


794ddce06983e1ba08770934232eff5bcf30e975.jpg ‘the souls on the banks of the acheron’- adolf hirémy-hirschl (1898)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니라

- 마태복음 7장 7~8절



젊음을 대가로 무엇을 구하였는가. 사람마다 답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찾아다녔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업을 위하여 살았을 것이고, 명예와 부를 향해 달려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래전 부서진 문을 찾아다녔고, 그 문을 열었다. 오래 걸렸다. 14년쯤 되는 오래된 여정이다.


이제 문을 열었으니 날개를 펼친다. 내 날개가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않기를. 또한 바다과 너무 가까이 가지 않기를. 나와 형제들의 작은 승리가 우리 모두의 삶을 날아오르게 하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브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