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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ug 11. 2024

악마사냥꾼

2024. 8. 11.

Fallen Angel by Alexandre Cabanel, 1847, Musée Fabre de Montpellier

세상에 악마 같은 인간들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그것은 잘된 일이다. 당신이 남들과는 다른 선하고 위대한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이 없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세상에 대적할 투쟁할 악인이 없어서? 아니다. 침묵하고 방관하기 때문이다. 작은 악부터 큰 악까지 모조리 침묵하면 악인들과 함께 지내도 거부감이 없다. 악인들과도 사이좋게 어울리며 함께 술잔을 나누고, 친구로 살아갈 수 있다. 반면 악과 싸우는 이들은 악마들의 공격에 언제나 위협을 받는다. 그들이 걷는 옳은 길이 그들의 숨통을 조여오기 때문이다.


나는 평온한 삶을 사는 이들을 존경하지 않는다. 세상이 악하기에 선한 소수의 사람들이 광명처럼 빛이 나는 법이다. 음식의 부패를 막는 것은 얼마 안 되는 소금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은 소수의 소금과 같은 이들의 헌신과 삶에 유무형의 혜택을 받는다. 존경이 응당 향해야 할 곳은 사회를 썩지 않게 만드는 최후의 인물들. 빛과 소금이 되는 그들에게 향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의인을 소중히 대하기 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탕 같은 인물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헌신한다. 내가 가진 욕망과 즐거움을 만족시켜 줄 이들에게 헌신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부여한다. 악인들과 한 배를 타고, 그들을 위해 일하고, 그들을 위해 헌신한다. 그들의 악에 침묵하고, 동조하고, 뜻에 동참한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삶을 살던 관심이 없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악인과 싸우는 악마사냥꾼들이 없다면 다음 먹잇감은 악인들과 평화를 협상한 그들이 될 것이다. 승냥이 떼가 몰려다니며 무고한 사람들의 목덜미를 물어 삶을 찢어온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 평온한 이들은 핏자국을 보질 못한다. 아주 멀리에서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살기에 급급하다. 길거리를 누비는 승냥이와 들짐승의 이빨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보고 있으면서도 그들과 아무런 차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어떤 이들을 자신의 목에 피가 줄줄 흐르면서도 승냥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피를 바친다. 통탄스럽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까. 


악인들에게 미움도 두려움도 받지 않는 인간은 존경을 기대하지 마라. 나는 평생을 향기 나는 꽃밭에서 살아온 인물에게는 일말의 존경을 줄 수 없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는데도 도시가 깨끗한 것은 누군가가 줍기 때문인 것처럼, 악인들이 더 심각한 짓을 못하게 하는 데에는 누군가가 철퇴와 방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가장 빛나야 할 이들은 어둠 속에서 힘든 일을 해냈던 이들이었다. 


Sung prayer to Michael the Archangel - Sancte Michael Archangele - Gregorian Ch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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