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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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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Sep 02. 2024

거대한 시선

2024. 9. 2.

Caprice · Brad Mehldau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인간미 하나 없는 빌딩에 깔려 죽게 된다면 죽음의 고통에서 감정은 배제되어 있을까. 인간이 인간을 향한 공격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끔찍한 비극의 한 장면으로 죽게 된다면 그 고통 속에는 타인에 대한 미움이 담기지 않은 죽음일까. 아니면 무너지는 건물 사이로 이 건물을 약하게 만든 이를 저주할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최후의 순간 끼지 살아보겠다고 살 길을 찾아보겠는가.


어쩌면 딱히 지속할 의미가 없는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갈팡질팡. 죽지 못한 이유 속에는 삶에 대한 열망이 아닌 죽음에 대한 회피만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다가 온갖 재밌는 것들로 하루를 채워본다. 모든 삶의 의미가 떠나가면 내 안에 남은 것은 허무와 쾌락뿐이라는 말이 그토록 진리에 가까웠는지 몰랐겠지. 가지려 하지 않으면 자유로워진다는 것. 삶을 쥐려 하지 않으니 죽음의 선 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그제야 세상의 숨겨진 비밀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쾌락을 따라 살고, 감정으로 논리를 만든다. 만약 인간이 이기심을 버린다면. 만약 인간이 쾌락을 버린다면. 감정을 버린다면. 그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열반인 것일까. 내가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은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그 상태. 


나는 전쟁상의 마음으로 총과 칼과 눈물을 팔아보고 싶어졌다. 금기시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한 걸음씩 다가가고, 그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도대체 무엇이 담겨있길래 그 많은 피와 눈물의 값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일까. 피의 값. 눈물의 값. 


금기 속에 담긴 진리가 나를 사탄의 자식으로 만들 길일까. 아니면 그것이야 말로 인자가 이야기한 예언의 말씀일까. 2천 년이 넘게 흘러도 여전히 잔이 차지 않았으니. 그 잔이 가득 찰 폭풍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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