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1.
물속에 가라앉아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지도 모르는 돌덩이.
자신의 힘으로는 물 밖으로 나올 수 없는 하찮은 돌덩이.
그것이 바로 수석이다.
모양이 독특한 돌덩이를 가져다가 의미를 부여하고,
그럴싸한 받침대 위에 올려두면,
이런저런 이름으로 집안에 복을 불러온다 하는 귀한 돌덩이가 된다.
귀한 토테미즘.
나는 수석 같은 인간들을 싫어한다.
모양이 조금 독특해서.
운 좋게 사람들에게 뽑혀 안방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놈들.
어느 날 주인이 망해서 수석이 하천으로 떠내려갈 때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올라올 수도 없고,
올라올 능력도 없는 돌덩이들.
유일한 능력이라곤 다른 돌덩이와 다른 생김새와 적당한 크기라는 점.
하는 일이라곤 물속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는 놈들.
나는 그런 인간들을 혐오한다.
진정 빛이 나는 사람을 찾는 방법이 무엇일까.
주변의 모든 빛을 끄고, 가장 어두운 곳에 가보면 된다.
그곳엔 찬란한 빛을 뿜는 이들이 있다.
빨강, 초록, 파랑 현란한 색으로 돌멩이에 줄을 그어둔 것이 빛나는 돌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원석이 바로 그것이다.
칠흑의 어둠 속에서 뿜어내는 빛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나아가지도 않고, 눈을 떠서 감는 순간까지도 빛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어둠을 모르니 빛을 구별할 방법도 없다.
나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천만 원을 걸어보기도 했다.
그것도 여러 번.
스쳐 지나가는 흔적만으로도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싶었다.
대한민국에 그런 이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내가 영상을 올리는 이유도.
모두 사람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돌.
나는 여전히 큰 뜻을 품은 이들을 찾고 있다. 보이는 것만 믿지 않고, 숨겨진 것을 볼 수 있는 이들을 찾아보고 싶었다.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과연 몇 명이나 찾을 수 있을까.
때로는 그런 생각도 했다. 유명인이 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해서든 많은 조회수를 얻고, 유명한 이들이 되면 될까. 미디어에 나오는 이들 중에는 힘과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있지 않겠는가. 하며 말이다. 이게 웬걸. 미디어에 나오는 이들 중 태반은 범죄자, 약쟁이, 섹스 중독자들인데.
마치 원하는 이상형을 찾는 것처럼. 어찌 그리 많은 인간들이 다 똑같은 것인지 아무런 차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돌 색깔이 신기해서. 물 밖으로 올라온 이들.
그렇기에 나는 종종 이런 범죄자, 인간 말종들을 떠올리며 다짐한다. 저런 놈들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데.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지. 저런 놈들도 한 번의 뽕과 돈뭉치, 섹스를 위해 일생을 갈아 넣고 있는데. 나는 저 새끼들보다는 낫게 살아야지. 하며.
나는 찬란히 빛나는 인물이 꼭 광명 아래의 인물일 것이라 믿지 않는다. 또한 어두운 심연 속에 머물러 있다고 해서 그가 뼛속까지 잘못된 인간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깊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이들을 찾고 있고, 광명 아래에서는 숨겨둔 더러움이 없는 인간을 찾아보는 중이다.
그런 이들이 모인다면 이 일도 훨씬 쉽게 끝나겠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