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2.
- 더 글로리
아무리 많은 보안 장치가 겹겹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뚫을 방법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웃긴 일이다. 한 가지 예를 보자. 한국의 대부분의 보안이 삼엄한 기관은 내부망을 사용한다. 또한 NAC가 있어 USB를 꽂거나 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빼내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완벽한 보안으로 끝! 이렇게 외칠 수 있는가. 전혀. 바로 사람에게는 뇌라는 저장소가 있기 때문에 기억을 통한 해킹은 막을 방법이 없다.
중요한 문서와 핵심 리스트를 기억해서 몰래몰래 종이에 적어두고 밖으로 가져간다면 매번 몸수색을 모조리하면 해결될까? 돈만 된다면 교도소처럼 신체 어딘가에라도 종이를 넣어서 옮기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정보의 무결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뿐 정보는 어떻게든 빠져나가게 되어있다. 바로 사람이 매개체가 되어 말이다.
그렇기에 해킹을 할 때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방법이 바로 정보에 접근 가능한 인물을 얻는 일이다. 정보에 접근 가능한 인물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그때서부터는 협박을 하던 회유를 하던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포섭하는 것이다.
정보 전쟁은 사이버상에서만 일어나는 것 같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사람에 접근하는 게 관건이다. 그렇기에 윗 레벨에 있는 사람의 정체가 공개된다는 것은 단순히 그의 신분이 노출된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다. 그는 협박을 받을 수 있고, 포섭당할 수도 있고,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을 수 있다. 대대손손 먹고살만한 돈을 제안한다면 헌신짝처럼 대우해 주는 국가를 위해서 사느니 일확천금을 노리게 되는 게 일반적인 사람일 것이다.
그렇기에 정보 전쟁을 위해서는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가 정보 안에 섞여 있어야 한다. 또한 도메인이 분리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것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딜레마가 생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떤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가.
한국의 문제는 정보 전쟁에 대한 인식과 법의 문제가 있다. 한국은 주적으로 선정된 북한을 제외하고는 정보전에서 다른 국가를 법정에 세울 수 없다. 특정 국가의 비밀경찰이 들어와 선동 날조를 해도 법적으로 그 나라와 분쟁하지도 않고,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지도 않는다. 웃긴 일 아닌가. 특정 국가는 이미 전 세계에 비밀경찰을 보냈고, 그 사실이 밝혀져서 분쟁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조용하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다른 나라에서 모조리 털어가고 빼내가고, 허위 자료들과 선동과 프로파간다가 가득 차도 가만히 있는 조용한 나라.
우리나라가 정보 전쟁이라는 도마 위에 올라간 재료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마음이 좋지 않다. 몇 퍼센트나 믿을만한 정보인가. 몇 퍼센트나 정말 인간이 작성한 의견인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인터넷의 몇 퍼센트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가.
돈만 받고 헛소리 작성하며 돈을 버는 사람의 비율을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것을 위한 봇을 돌리고, 그 봇들을 검수하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심지어 이것은 마케팅 회사에서 하는 스마트폰 작업장에서 돌려두는 수준을 넘어 대형 기업들까지도 암암리에 하고 있다. "OO 너무 예뻐."와 같은 기계가 창조해 낸 허위 의견들이 가득 차고, 그 허위 댓글들을 기반해서 광고하는 허위 상품들이 있고, 허위로 만들어진 연예인들이 있고, 허위로 만들어진 여론과 정치적 어젠다가 있다.
그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일을 하겠는가. 아니. 그들의 일은 대부분 세금을 내지 않고 암호화폐로 거래가 되며 암호화폐를 위한 수많은 장치들로 돈의 흐름을 감춘다. 암호화폐로 돈을 감추는 것이 너무 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멍청한 사람들은 암호화폐로 돈을 감추는 방법도 몰라 다 잡히게 된다. 업비트, 빗썸에 전달받은 돈을 고스란히 넣고 인출하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 되는 수익에 대한 소명을 어느 날 해야 할 것이다.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출처를 알 수 없는 흐름으로 들어온 암호화폐는 누구를 통해 유통되는 것이며, 그들이 주고받고, 만들어진 프로파간다의 매수자와 매도자는 누구인가. 그들이 결과적으로 그 값을 지불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밟아가다 보면 결국 쓰인 돈의 목적이 나오고, 쓰인 돈의 목적과 규모에 따라 그 집단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전혀 어려운 게 없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마주하지 않는 숨은 사회의 이면으로 발걸음을 옮겨가면 만나게 되는 일. 그러나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서 거래 관계가 있겠는가. B2B로 먹고사는 기업은 기업 간 파트너십이 필요하고, B2C로 돈을 벌려면 대중을 고객으로 두어야 하는데, 숨은 제공자를 위한 숨은 고객이 누구겠는가.
걸음걸음마다 뼛가루가 아스러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망자들의 시체가 수습되지 못하고, 백골이 되어버린 산처럼 쌓인 땅이 되었다. 어디서부터 어떤 싸움을 해나가야 하는가. 각자의 길은 다르나 나는 나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