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6.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는 유명 셰프들이 나온다. 이들 중 몇몇 셰프들은 과거에 코인과 연루된 인물이 있다. 그들의 이름이 사용되어 투자받아 사업이 진행됐다. 당연하게도 해당 사업은 불법 사업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이름을 빌려준 셰프들은 이 사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그들은 그들의 이름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상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광고가 그렇다. 최근에 유튜버 사망여우님은 슬립앤슬립에서 판매 중인 '아이유 베개'에 대해 문제점을 업로드하였다.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들을 신뢰하여 상품을 구매한다. 상품을 홍보하는 주체는 상품에 대해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책임을 질까. 이러한 사건은 도대체 끝이 없다. 물론 돈만 받고 제품 검증도 안된 것을 검증된 거처럼 홍보하는 것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얼굴만 빌려준 것이다. 그냥 홍보만 해준 것이다. 그렇게 자기 탓은 하나 없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나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 자신이 홍보하는 제품이나 상품에 대해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길 원하고 있다. 자신의 말 한 마디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물건을 사고, 투자할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들은 모를까? 아니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더 높은 기준으로 상품을 검수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자본 시장에서 사기를 치는 주체 뿐만 아니라 그들과 협력해 수익을 가져간 이들은 공범으로 조사를 받는게 일반적이다. 당연하게도 사기꾼은 자신을 신용하게 만들기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멍청이가 아니다. 자신의 영향력 때문에 비싼 광고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그들 자신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 없이 홍보하는 일은 큰 범주에서 범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최종적으로 돈을 번 사람이 누구냐를 따져본다면 그들은 소명할 것이 아주 많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여러 대한민국 플랫폼 사업자들을 극도로 혐오한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상품을 모아서 팔 때는 자신들의 수수료를 가져가지만 막상 해당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허위 경력으로 강의가 올라간다면 강의 플랫폼에서 보상해 주는가? 아니. 속은 놈이 바보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대응한다. 펀딩 플랫폼은 어떤가. 퀄리티는 고사하고, 애초에 중국산 제품을 택갈이 해서 파는 것도 검수하지 않고, 모든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우린 몰랐어요. 도대체 그들이 하는 게 뭔가.
그렇기에 이렇게 신뢰 없는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인물들, 비단 사업의 주체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똑같은 인간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평범하게 악한가. 얼마나 평범하게 아무런 도덕적 의식도 없이 피해자를 양산하는가. 처음 발생하는 문제라면 처음이라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몇몇 플랫폼과 기업들은 유구한 전통을 유지하며 쓰레기 짓을 반복한다. 그곳에서 돈 받아먹고 있는 사람들은 불법 웹하드 업체에서 불법 영상 파는 이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보이스 피싱 직원들과 무엇이 다를까. 피해자들의 비율이 보이스 피싱은 100%라면 그들은 피해자 비율이 한 10% 정도니 괜찮은 것인가.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하는 무책임한 홍보와 광고.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그 일을 하는 이들. 참담하다 참담해. 한 번은 이런 문제점을 이야기했을 때 어떤 이는 이렇게 답변했다. "그들도 먹고살라고 하는 건데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피해자를 만들면서 먹고사는 직업을 택하지 않는다. 피해자를 만드는 직업에 속해있다면 해당 조직을 고치려고 하던지 아니면 나가는 게 정상이다. 그 피해자가 자신이 아니니, 나와 무관한 타인이니 그렇게 먹고사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를 직간접적으로 홍보하는 연예인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여기서 말하는 사이비 종교는 말 그대로 종교적 교리가 다른 수준이 아닌 신이 아닌 인간을 신이라 속여 숭상하는 집단을 뜻한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그러한 사실은 숨기고 영화, 드라마, 예능 등에 출연한다. 연예인들 뿐인가. 사이비 종교와의 커넥션은 연예인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나는 그들의 면상을 볼 때마다 메스꺼움을 느낀다. 자신조차도 믿지 않는 허상의 신을 만들어두고, 사람들을 포교하는 이들이 있고, 뻔뻔하게도 사회에서 그들은 연예인으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
사회의 밑바닥을 알면 알 수록 도대체 책임감 있는 인간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원래 그런 거예요." 정도로 넘어가는 이들. 모르고 저지른 죄는 죄가 아닐 수 있어도 알면서도 그런다면 그것은 죄가 분명할 것이다. 아니. 이것은 무지보다 선명한 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