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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Sep 27. 2024

뮤추얼 펀드

2024. 9. 27.

당신이 만약 돈 1억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자산운용전문가가 당신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


"나에게 돈을 맡겨 주세요."

"위험률 100% 상품이 있습니다."

"수익이 나면 수익의 60%는 제가 가지겠습니다."

"반면 손실이 나면 손실은 모두 고객님이 책임져야 합니다."


당신이라면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아니면 분노하겠는가. 당연히 뇌가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계약을 하지 않겠지만 아마도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굉장히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펀드라는 상품으로 가공되어 판매되고 지금도 그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두 번째 자산운용전문가가 찾아왔다. 그는 앞선 자산운용전문가를 사기꾼이라 부르면서 이렇게 제안한다.


"그런 놈들은 사기꾼이에요 제가 대단한 상품을 제안드리겠습니다."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이게 정말 좋아요."


그러면 당신은 그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이렇게 좋은 상품이면 전문가님도 이 상품을 많이 구매하셨나요?"


두 번째 자산운용가는 당당하게 답변한다.


"아뇨 이딴 쓰레기를 제가 왜 삽니까."






모닝스타에서 2009년 액티브 뮤추얼 펀드 4300개를 추적한 결과를 보면 위의 예시가 농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펀드매니저들 중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단 1주도 구매하지 않은 매니저는 전체의 49%에 달한다. 자기가 파는 돈 버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매니저라 벌써부터 구린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러면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51%나 되는 매니저는 산다는 거면 꽤 많은 거 아닌가요?"


안타깝게도 나머지 51%도 아주 극소량의 펀드를 소유하고 있다. 그들이 받는 보수가 최소 수백만 달러에서 연간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그들이 사는 금액은 말도 안 되게 적은 수준이다. 그렇다. 펀드 매니저는 자신이 파는 펀드 상품을 대부분 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1 금융권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자. 신한은행에서 당당하게 팔던 펀드가 박살 난 소식이 바로 보인다. 신한은행만 그런 것일까. 찾아보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펼쳐진다. 


초고위험 상품에 해당하는 홍콩 ELS 상품을 노인들 대상으로 팔아넘기는 인간 말종들을 살펴보자. 5개의 대표 시중은행,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이다. 노인들의 생명줄과 같은 노년 자산을 초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도록 부추기는 이들은 자신들의 부모님 자산도 초고위험 상품에 모조리 넣었을까? 확신컨대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은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 가장 잔인한 칼을 가지고 있다. 


이 잔인한 칼은 순진한 사람들을 헛소리와 말도 안 되게 긴 계약서를 바탕으로 바보로 만든다. 이들은 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받는 수수료로 돈을 잃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위험한 투자를 하도록 부추기고, 돈을 잃어도 벌고, 돈을 벌어도 번다. 언제나 돈을 번다. 은행은 돈을 잃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이 가진 칼을 남에게 양도해서는 안된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그 문서들을 읽고, 해석하고, 평가할 자신이 없기에 판단을 양도한다. 개처럼 일하며 알뜰살뜰 모은 돈을 알지도 못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데 쓰고, 계약서 한 장 읽어볼 시간도 아까워 허둥지둥 직원들이 알려준 곳에 서명하기 바쁘다. 펀드 매니저들이 당신 편일까. 돈은 누가 버는가. 돈을 잃는 주체는 누구인가. 그들이 판매한 것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책임지는가에 따라 진심도 담기는 법이다. 결국 돈이 진실성이고, 은행의 진실성은 수십 장의 계약서를 통해 숨겨둔다. 그중에서도 뮤추얼 펀드는 형식상 자금을 모아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유가 증권을 사는 상품을 뜻하지만 작동 방식은 회사와 유사하다. 배당금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뮤추얼 펀드가 수익을 만들지 못하면 배당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겠는가. 그들은 해결될 수 없다. 양심을 내 다 버리고 돈만 추구하기로 결심한 조직은 어떠한 규제 아래서도 자신들은 돈을 잃지 않고(설령 고객들의 돈을 내다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연약한 노인들의 생명줄을 끊어버리는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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