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
나는 거시 경제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거시 경제의 돈의 흐름에 따라 시장이 바뀌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만 해도 바텀부터 올라오는 경제 이론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들의 자료가 많은 부분 오류와 잘못된 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고 그 이론은 더 이상 지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신 자유주의적 경제 정책도 즐거운 결과를 야기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전보다 더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가 전 세계를 덮치고, 주조 차익의 이점을 가지지 못하는 국가들을 파산시켜 가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리라 확신한다.
현재의 자본 시스템의 맹점은 모든 것이 신용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신용으로 발행된 화폐는 실제보다 몇십, 몇 백 배의 자본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가령 중앙은행에서 발행된 화폐는 은행으로 들어가고, 사람들은 은행에서 대출 또는 예금 이자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 사람들이 얻은 대출이 주택 자금으로 들어간다면 해당 주택을 제공하는 기업에게 자금이 이동되고, 다시 기업은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행한 대출을 상환하는데 해당 자금을 사용한다. 당연히 모든 대출 과정에서 이자가 발생하고, 그렇게 상환된 자금은 결과적으로 다시 은행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은행은 한 사이클마다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한 이자 수익과 부동산 업체에게 제공한 PF의 이자 수익을 얻는다. 그렇다면 그 이자에 해당하는 화폐는 어디에 있는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은 화폐를 더 발행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화폐가 발행되어 사람들에게 대출 또는 예금 이자로 유동성이 흐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채권의 형태로 유동성이 이동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자를 갚을 유동성은 절대로 거시 경제에 존재할 수 없다.
문제는 이와 같은 유동성 문제는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기준 금리의 변동을 이용해 기업과 가계 부채를 만드는데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모든 자산 형태가 신용에 기반한 평가 자산화 된다는 점과 해당의 평가 역시도 화폐의 가치에 의존해 움직이는 변동 가치에 해당한다. 결국 이자율은 우리가 얼마나 실시간으로 가난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이고, 해당 지표만큼의 성장이 없다면 나는 화폐를 발행하는 이들에게 그만큼의 자산을 빼앗기고 있는 상태가 된다.
가장 다수가 모인 경제 플레이어에 해당하는 가계는 자본의 크기가 작고, 수익원이 대부분 근로 소득에 의존한다. 사실 근로 소득은 현상 유지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는 부동산 평가 자산에 대부분이 귀속된다. 결과적으로 일평생 모은 자산이 집 한 채 또는 한 줌의 땅 덩어리이며, 해당 자산이 곧 대부분의 사람들의 노년 연금에 해당한다.
문제는 평가 자산이기 때문에 화폐 발행에 따라 해당 자산의 가치가 변동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부동산의 평가 가치는 주변에 얼마나 매력적인 지역이 개발되느냐에 따라 바뀌거나 학군이나 재개발 등의 가치 평가 요소가 곧 땅의 가치가 된다. 그러다 보니 해당 지역 전체가 발전하게 되면 전체적인 가치 상승이 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떨어진 가치는 현재 유통되는 화폐의 이자를 가산해 가치 하락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시장을 살펴보자. 한국 투자자들이 지금 어디에 투자하는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금투세 논의가 나오자 코스닥이 내리 꽂는 모습만 봐도 참담한데, 이미 젊은 사람들은 국장을 버리고 죽으나 사나 나스닥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인들도 한국을 버리고 떠난다면 한국 시장에 자금을 투입할 주체는 누가 되어야겠는가? 개인이 털고 나갔으니 저평가된 자산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매수할까? 해외 자금이 그 매도 압력을 모두 메꿔 대신 국력을 키워줄까?
워런 버핏은 “미국 장에 투자하기 전에 미국이라는 국가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한 적이 있다. 해당 국가의 비전을 보고 어떤 국가가 가장 비전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 말했다. 기업이 아무리 뛰어나도 국가가 부패하거나 정치적, 행정적 문제, 사회 전반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해당 기업의 힘으로 해결 불가능한 거시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디스카운트를 만들게 되고, 동일한 매출 규모나 ROI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PER은 낮게 잡히게 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여기에 기인한다.
가계는 근로 소득에 의존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유동성은 어디서에 확보하나. B2C라면 현재 경제 상황에 따라 크게 요동치게 된다. 아무리 거대한 B2C를 한다고 해도, 눈으로 보이는 사업을 해도 생각보다 PER이 낮게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대중들의 호불호에 영향도 받기 때문이다. 특히 F&B 사업은 더욱 그러하다. 경쟁은 치열하고 가장 거래 가격이 낮은 가계의 소비에 의존해 사업이 진행된다.
반면 돈을 대할 때 가장 마지막에 쥐는 게 아니라 먼저 쥐는 사람들이 있다. 중앙은행에서 발행된 따끈따끈한 지폐를 쥐어본 노동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돈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른다면 가장 상수도 근처에서 발행된 뜨거운 지폐를 잡기 위해서는 가장 윗선에서 일어나는 비즈니스에 참여해야만 한다. 중앙은행에서 바로 돈을 받는다는 것은 은행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기에 은행을 소유하는 정도여야겠지만, 은행은 국가 승인 사업이니 그것을 차치한다면 은행과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기업들이 될 것이고, 그 은행 거래를 발행시키기 위해 참여하는 참여자들이 최우선 시장 참여자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경제 참여자들이 돈을 떼어가기는 반복하여 근로자들에게 돈이 가기까지는 수많은 유통 업체들이 있는 셈이다. 단순히 식자재만 유통이 있는 게 아니라 돈에도 유통 과정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 1차 벤더인지, 2차 벤더인지. 하청 업체 중에서도 갑, 을, 병, 정 중 누구인지에 따라 돈의 크기와 뜨거움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달러, 그중에서도 이제 막 발행된 따끈한 달러가 가장 높은 돈의 위치에 해당하고, 그것들을 쪼개고 쪼개고, 남는 부스러기를 받고 받다 보면 말단에 있는 경제 순위 200위 권 밖의 국가들에게도 전달이 되는 셈이다.
내가 크립토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가지고 이 시장은 단순한 사기꾼들의 시장으로 보지 않는 것은 달러 패권을 비롯한 돈의 위치적 힘에 대해서 개혁할 유일한 수단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을 나보다 먼저 가지고 있던 이들이 2009년 비트코인의 탄생을 만들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를 위해서 크립토가 나아가야 할 길은 선명하다. 최초의 크립토가 시장에 관심을 받을 무렵에는 실제 사용 측면을 논의하기 급급했다. "비트로 결제하려면 한 세월이고, 그 사이에도 가격이 변동해서 가격이 의미가 없다."와 같은 말이 과장이 아닌 실제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속도의 문제만을 논의할 단계가 아닌 그다음 레벨의 논의를 해야 하는 단계이고, 이 과정에서 가장 높은 위상의 달러를 찍어내는 이들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주도하는 파워 게임에서 자신들이 예상치 못한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힘들게 쌓아 올린 철옹성의 부의 탑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코인에 투자해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타인을 속여가며 플레이한 것이 아니라면 리스크를 감당한 투자로 인한 수익이고, 그러한 수익이 탄생한다는 것은 기존의 자본 시장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도전의 과정이 언제나 선량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대중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공격적으로, 얼마나 자극적인 수익을 말하며 프로젝트를 키워갈지와 그들을 후킹 하는 전략에서 어디까지가 마케팅이고 어디까지 사기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은 먼저 가져가는 이들에게 너무도 유리한 게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져가는 사람들의 삶은 참으로 비참하다. 온 힘을 다해서 살아도 가난해진다면 그 세계에 희망이 있는 세계일까. 한국은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들을 보면 온 힘을 다해서 번 돈으로 내 가족을 먹일 수도 없고, 심지어 자신의 삶도 보호할 수 없는 삶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이 시스템이 정말 최선일까. 나는 더 나은 시스템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 시스템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크립토 또는 다른 대안적 담론들에 대해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견제하는 이들이 있어야만 주기적으로 생기는 금융계의 모럴 해저드와 대규모 금융 위기 속에서도 생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