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0.
인간에게는 보통 두 가지 상황이 놓인다. 지금 큰 고통을 감당하며 도전할지 아니면 서서히 포기할지 말이다. 이루고 싶던 꿈도 사랑했던 사람도. 한 번쯤은 만들어보고 싶던 멋진 몸이나 환상적인 순간들. 그것을 이루는 것은 언제나 머릿속 망상일 수도 있었고, 현실일 수도 있었다.
나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왜 그랬을까. 꿈을 잡으려 달렸기 때문에 꿈속에서도 현실 속에 있었고, 현실 속에서는 꿈속에 있었다. 가지고 싶었던 게 많았고, 이루고 싶었던 게 많았기에 말이다. 내가 될 수 있는 가장 멋진 사람으로 살았던 것 같다. 담대하게 도전했다. 무서울 것 없이 말이다. 어쩌면 남들 눈에는 멋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절대 알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침묵과 고요함 속에서 꿈을 잡아낼 도약을 많이도 했었다. 헬륨이 가득 찬 풍선을 잡고, 그 풍선을 잡은 나도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하지만 풍선은 오르기를 멈추고 터져버리곤 했다. 하늘에서 떨어진다. 다시 풍선을 잡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다시 풍선이 터진다. 계속 오르고,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나이를 먹어가고, 살려달라는 무능한 늙은이들의 애원을 듣는다. 나 역시 나이를 먹는다. 나 역시 아프다.
무능한 늙은이들. 나는 그들을 볼 때면 언제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능력이 없이 이제는 추악하게 늙어버린 이들이었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MBA를 수료해도 제품 하나 만들 능력이 없다. 휘황찬란하게 말을 해도 동전 한 뭉치의 돈도 못 만들어낸다. 동전 한 뭉치만큼의 가치도 세상에 기여하지 못한다. 늙고, 무능하고, 한심한 이들.
때로는 풍선이 아닌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향하는 이들을 보기도 한다. 때로는 오합지졸들이 모여 라이트 형제 시절에나 만들 법한 비행기를 띄우려 하기도 한다. 나는 나의 방식으로 하늘로 향했다. 내 방식으로 하늘을 날고, 내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거래한다.
때로는 위험한 게임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더 큰 대의를 따르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들에 흔들렸던 것 같다. 어쩌면 내 안에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제안을 조금도 듣지 않고 쳐낼 만큼 내 안에 불타오는 것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서 내가 얻게 된 것이 있다면, 구원은 밖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구원 환상을 품고 사는 이들이 이 세상에 즐비하다. 강한 척하면서 "제발 날 좀 살려주세요" 하며 타인의 관용에 기대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스스로를 구원해야 했다. 서서히 죽어가며 조금의 고통이라도 덜기 위해 진통제를 먹을지, 아니면 병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통제를 버리고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을지.
승자의 면류관을 얻는 길은 내가 선택한 어두운 가시밭 길이 아닐지 모른다. 많은 이들이 걷고 있는 길일지도 모르지. 성경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 옳은 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