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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Oct 13. 2024

쉽게 성공할 생각을 버렸다

2024. 10. 13.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 몇몇은 고작 1~2년 고생을 할 것을 각오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반대였다. 나에게 천운이 따라준다면 1~2년 안에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5년을 걸려야 남들을 따라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창업에 뛰어든 시기는 약 23살. 그전부터 성실히 살아온 친구들이 지난 4년간 보냈다고 가정한다면, 나는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4년간 그들의 2배를 해야 한다. 그들이 4년간 평균 매일 6시간을 공부하면서 대학 생활을 보냈다면, 나는 매일 12시간 4년간 해야 총량을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대학 4년을 비롯해 약 4년 반을 창업과 관련이 거의 없는 분야에 시간을 보냈기에, 최소한 5년은 남들보다 2배는 해야 한다고 계산했다. 그 정도 해서 남들만큼 한다면 다행이고, 더 좋은 성과가 나온다면 감사할 일이라 여겼다.


그렇게 2배의 시간을 5년간 채우고 나니 20대 후반이 됐다. 남들만큼 따라잡았을까? 그랬던 것 같다. 그쯤부터 꽤 큰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제대로 된 회사 경력이 없이 창업으로 스타트한 사람치고는 좋은 제안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기업에 가지 않았고, 작은 스타트업을 택했다. 최소 시급을 받으며 일을 하면서도 꿈을 꿨다. 약 5년간의 노력으로 남들을 따라잡았으니 이제 추월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성실한 친구가 약 15년간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갈고닦을 시간을 나는 10년 만에 따라잡아야 했고, 그들 이상으로 나아갔다. 회사를 운영하고, 2권의 책을 쓰고, 글을 기고하기도 하고, 강의를 하기도 하고, 강연을 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불러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답변하며 살았다.


지금은 내 마음대로 살면서 내가 정한 타임라인을 따라 살고 있지만, 애초부터 이 정도까지 오는데 쉬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의 총량은 흐르고 있다. 나는 언제나 성실한 친구들을 떠올리고, 나보다 뛰어나고, 좋은 교육과 환경, 재능이 있는 훌륭한 기업가들을 생각하곤 한다. 그들은 어쩌면 나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더 멋진 모습으로 자신을 가꾸었을지 모른다.


언제나 문제는 빨리 잘하겠다는 마음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인간은 빨리 잘할 수 없다. 이 단순한 법칙의 예외가 되는 것을 모두들 꿈꾸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리 잘해진 경우가 거의 없다. 아무리 똑똑한 친구도 어지간하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한다.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나는 그것을 분명히 보았다. 아침 7시 20~30분쯤 도착한 도서관에는 이미 꽤 많은 이들이 공부를 시작했었고, 나는 2~3시간에 한 번씩 잠도 자고, 쉬기도 했지만 많은 고시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화장실도 거의 가지 않고 공부했다. 지금도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


인생에서 자꾸 꼼수를 부리려는 태도는 인간을 하찮게 만든다. 노력으로 만들어진 실력에는 자신감이라는 숨은 힘이 생긴다. 삶에 대한 자신감과 포부. 그것은 내가 무언가를 노력해서 내 손으로 쟁취한 이들이 가지는 특권이다. 누군가가 선물해 준 것을 가지고 얻을 수 있는 포부 정도가 아니다. 나는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살고 있지만, 스스로가 쪽팔리게 살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신념을 따라 살았고, 그 신념 덕분에 방황하던 순간은 있을지언정, 결코 쉽게 큰 성공을 잡아보겠다는 도둑놈 심보를 가지지 않았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인간에게 줄 감은 없다. 내가 감나무 주인이라도 그런 고약한 놈에게 줄 감은 없다. 세상이 망조에 들건 흥하건 상관없다. 그저 내가 택한 길을 가면서 내 기준에서 나는 산다. 내가 방황했던 대학 시절에 노력했던 친구들이 좋은 기업에서 일하게 된 것은 그들의 노력의 결과이다. 나는 당연히 그 열매에 가까이 가지 못하는 게 맞다. 반대로 내가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스타트업과 창업의 길로 가서 보상을 얻은 것은 내가 선택한 결과에 대한 보상이다. 힘들게 얻은 보물이고, 당연하게도 이 길을 택하지 않은 이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아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고 창조하는 길을 걸어온 이와 온갖 변명으로 자신의 게으름을 합당화해 온 사람의 길은 다르다. 자신의 인생의 역사는 변명의 여지없이 이력서에 기록되고, 자신이 땀 흘려 일한 조직과 제품, 서비스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내 인생은 내가 작성한 코드와 만든 제품들, 그리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 읽었던 책과 작성한 스케치, 노트, 기록들을 통해 모조리 증명된다. 마찬가지로 게으른 인간의 삶 역시 게으름으로 증명된다. 정리되지 않은 집구석, 발전 없는 삶, 무엇하나 증명할 수 없는 자신의 꿈. 온갖 핑곗거리로 얼룩진 삶에는 꼼수만 부리며 변명하는 초라한 인간만 남을 뿐이다.


업을 존중하는 일. 그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은 무겁지만 위대한 길이다. 나는 내가 꾸는 꿈이 큰 만큼 내 꿈에 도달하기까지는 긴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확신이 있다. 먼 여정을 가기 위해선 단단히 준비해야 함 또한 알고 있다. 그렇게 나는 먼 길을 향해 가는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것과 어쩌면 이 목표에 도달할 때쯤이면 머리는 희고, 얼굴엔 주름이 많아진 노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 꿈의 가격표라는 것을 알기에 상관없다. 나는 타인의 성공을 쫓아 살지 않는다. 나는 나의 성공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고, 그렇기에 나는 과거의 나보다 반드시 성공한다. 나는 필연적으로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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