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9.
남들에게는 특별하지 않을 수 있는 날이겠지만 오늘은 나에게 꽤나 특별한 날이다. 이유는 정확히 반년 전 아주 놀라운 꿈을 꾸었고, 그 꿈의 기한이 끝나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꿈 따위를 믿다니 어린애 같군 싶겠지만 나는 꿈에 대해서 깊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성경의 인물 요셉이 그러했다. 그의 삶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이 그가 어린 시절 본 꿈, 감옥에서 본 꿈 등 꿈을 중심으로 그의 서사와 유대 민족이 애굽으로 온 서사가 그려진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이야기하며 창세기의 후반부와 이어질 출애굽기의 서막이 되는 배경을 완성한다.
꿈에 대한 이야기는 그쯤하고 나는 개신교인이 아닌 방식으로 신을 보는 편이기에 여러 인간이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오컬트적 해석을 가지고 사는 편이다. 인간이 모르는 세상이 더 방대할 것이고, 우리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라면 우리가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한 것 안에 숨겨진 비밀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다. 불가지론자다운 세계관이다.
반년 전 나는 한 꿈을 꾸었는데 초록 불을 뿜어내는 무당이 신에 들려 나에게 반년 간 거의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 예언했다. 정확히는 큰돈을 벌 생각을 말라고 했고 재밌게도 그 예언은 적중했다. 반년 전만 해도 나는 여러 수십억 단위 프로젝트를 논의하러 3개의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유명 사모펀드를 굴리는 임원분과 하는 사업부터 건설사 회장님께서 진행하신다는 해외 사업 그리고 내 회사에서 진행하는 사업 각자가 다 큰 비전을 가진 일들이었다. 하지만 귀신 같이 일은 미뤄지고 내가 시도했던 것들도 실패를 거듭했다.
마치 우리 위에서 게임을 하고 가지고 노는 신들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러 실패를 겪다 보니 나는 방황을 멈추고, 그저 내가 만들어야 할 최후의 제품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그게 내가 발견한 내 삶의 이유이자 가장 만들고 싶은 제품이 되어 몇 번 이와 관련된 글을 적기도 했다. 자유와 검열. 독재와 민주주의. 자본 시장이 만들어내는 참상에 대응할 방법. 신이 있다면 나를 도와주겠지. 그렇게 믿고 나는 종종 지혜의 신에게 기도를 드리곤 했다.
저주에서 해방된다면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의도치 않게 나는 반년을 모두 내던진 후에야 아주 간단한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택한 길은 이제 다른 길이 없는 외길이기에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는 것을. 내가 곧 그 문을 여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나 말고는 닫을 이도 없다는 것. 그렇기에 이 회색 문을 세상에 열고 온갖 사람들을 받을 때 그 안에는 다양한 군중이 가득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곧 이 제품 하나로 끝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나는 그저 이것으로 족하다. 그 사실을 깨닫는데 오래도 걸렸다. 이것저것 할 필요 없이, 내 제품이 곧 나를 증명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