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Happy Ending 관극후기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by Will
Helen-J-Shen-and-Darren-Criss-in-Maybe-Happy-Ending-on-Broadway-5.jpg @playbill


작년 6월 8일에 친구랑 뉴욕의 커피숍에서 만나 뮤지컬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만난 날이 마침 토니상 어워즈가 있던 날이라 어떤 작품이 상을 받을지 물어봤다. 뮤지컬을 많이 아는 그 친구는 Maybe Happy Ending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토니상 6관왕을 휩쓸며, 큰 열풍을 불었고, 한국에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좋아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토니상 수상을 하기 전에도 몇몇 넘버를 통해 Maybe Happy Ending의 곡들을 알고 있었지만, 티켓이 너무 비싸 볼 기회를 계속 못 잡고 있었다.


새해를 맞아 첫 뮤지컬로 무엇을 볼까 고민했다가, 많은 뮤지컬/연극이 사라지고 뜨는 브로드웨이 판에서 1년 이상 살아남고 있는 이 작품을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풍경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을 뉴욕에서 보고 싶었다.


나는 브로드웨이에서 Six을 제외하고는 인터미션이 없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서 보지 못해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작품을 감상했다. 잔잔한 감성으로 진행하는 뮤지컬임에도 지루함 없이 집중하며 볼 수 있었고, 잔잔한 웃음과 함께 애틋함을 가지고 끝까지 봤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간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했던 뮤지컬을 몇 개 봤지만, 그 흔한 브로드웨이의 흔한 공식들을 하나도 안 지켰기 때문에 이 작품이 대성공했던 것 같다. 복선으로 보였던 것이 복선으로 드러나지 않고, 감정의 과잉으로 인터미션을 끊는 것도 하지 않고,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하나씩 보듬어가며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싶다던 박천휴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나서 좋았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느끼지만 표현하지 않는 절제의 맛이 미국에 잘 전달되게 적절히 잘 조절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의 일을 돕는 헬퍼봇 올리버 (3세대)와 클레어 (5세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헬퍼봇들이 살고 있는 집단거주촌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올리버는 10년간 주인이 찾아올 것이라 굳건히 믿으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매일같이 주인 제임스의 소식을 기다린다. 제임스와 함께했던 추억이 담긴 재즈앨범을 듣고, 잡지를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10년의 세월이 지나 자신의 신체를 수리할 수 있는 부품도 생산이 중단되기 시작하나, 올리버는 여전히 제임스를 기다린다. 희망만 바라보며 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웃집 헬퍼봇 클레어가 배터리 충전기를 빌리러 온 것을 시작으로 그 10년의 평화가 깨진다.


올리버는 거의 자기 방에서만 생활하며 아무 헬퍼봇과 교류도 없이 주인이 언젠가 자기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 반면, 클레어는 주변 헬퍼봇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클레어는 자기 객관화가 된 반면 올리버는 그러하지 못하다. 상대적으로 올리버는 말하는 것도 어색해서 순수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클레어는 배터리 자체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충전으로 채워지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다. 3개월 후면 수명이 끝난다. 작품에서도 올리버는 먼저 탄생한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수명이 클레어보다 길다는 설정이 올리버의 입에서 나온다. 올리버는 내년에 제주도에 가겠다고 했지만, 클레어는 주인이랑 같이 갔던 제주도를 가고 싶다고 지금 당장 가자고 꼬드긴다. 물론 올리버는 완고하게 말도 안 된다고 했고, 자기의 계획대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간 유대관계가 조금이라도 쌓인 클레어가 반딧불이를 보자고 하고, 자기는 운전할 수 있지만, 너는 와이파이도 안되지 않냐라면서 그의 계획을 바꾼다.


중간에 클레어와 올리버는 인간에게 들통날 경우 어떻게 서로 만났는지 지어내기 위해 "The Rainy Day We Met"을 부른다. 여기서 계속 웃으면서 보았다. 상큼했던 넘버였다.


클레어는 올리버에게 왜 제주도에 가고 싶은 거냐고 물어봤지만, 주인이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올리버는 주인이 없으면 삶의 목적이 없는 헬퍼봇이었다. 클레어가 올리버의 생각을 들여다보자, 주인이 아파서 생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올리버가 알지 못하게 버려진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클레어는 올리버가 충격받을 것이 걱정되어 주인의 집에 가지 말라고 권유하지만, 올리버는 말을 듣지 않는다. 클레어가 동행하며 자기가 왜 버려졌는지를 설명해 준다. 사람은 우리를 쉽게 버린다는 말로. 클레어는 주인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여러 질답을 듣지만, 이해를 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남자 주인이 자기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걸 표현했는데, 클레어는 자각하지 못한다. 그 모습을 여자 주인이 보고 나서, 자신이 버려졌다. 결국 올리버도 자기가 버려졌다는 것을 자각하며 잠시 충격에 사로잡히지만, 제주도의 숲에서 반딧불이를 보며 상처받은 두 헬퍼봇이 치유되며 서울로 돌아가, 두 로봇이 사랑을 느끼며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은유가 잘 담겨있어,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뭔가 풋풋함과 따스한 감성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내가 재밌게 봤던 포인트는 한 다섯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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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리버와 재즈


재즈는 즉흥성이 제일 많은 음악이지만, 올리버는 즉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답답이 캐릭터다. 그러나 클레어를 만나고 사랑하면서 마지막에 답답이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사랑이라는 개념을 몰랐던 두 헬퍼봇이 서로에게 물들어 가며 서서히 닮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재즈 음악을 듣지도 않았던 클레어가 올리버를 따라 재즈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고지식하게 행동할 것 같은 올리버가 조금씩 바뀌게 된 것. 이 부분이 보기 좋았다.


2. 반딧불이와 헬퍼봇


토니상 어워즈에도 공연된 반딧불이 장면. 이 부분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 보고 들어갔지만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잘 표현돼서 좋았다. 원형무대가 돌아가며 세션들이 연주하는 모습에서, 환상적인 세계에서 하루를 보내며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랄까?


반딧불이는 애벌레로 수개월에서 1년을 살며, 성충은 보통 2주 정도 산다고 한다. 날아다니며 빛을 내고 짝짓기를 하고 산란 후 2주 내에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헬퍼봇은 더 이상 부품교환을 할 수 없어 수명이 정해진 운명을 갖는다. 마치 반딧불이와 같다. 클레어와 올리버는 원래 탄생한 목적을 수행할 수 없어, 죽음을 언젠가 맞이할 운명을 가졌다. 마치 반딧불이처럼. 반딧불이처럼 불타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사랑한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을까?


3.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헬퍼봇


이 작품의 헬퍼봇들은 극도로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한다. 클레어는 제주도에서 주인이랑 봤던 반딧불이를 보고 싶어 했고, 올리버는 주인이랑 같이 시간을 보냈던 재즈음악을 좋아한다. 각자 자기를 좋아했던 주인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면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할 무엇인가로 생각했던 걸까?


4. 왜 <Maybe Happy Ending>이라고 제목을 지었을까?


클레어는 자기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고, 올리버는 클레어를 고칠 수 없다는 걸 안다. 클레어는 자기가 먼저 가면, 올리버가 슬퍼할 것이라는 생각에 클레어는 서로에게 짐이 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며 옛날처럼 돌아가자는 말을 한다. 올리버는 자기의 기억을 지울 수 있게 되자,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올리버는 모르는 척 행동하려고 하지만, 올리버의 행동에서는 처음에 클레어를 거부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 그리고 클레어는 올리버가 자기랑 같이 들었던 새로운 재즈음악을 듣는 걸 보고 눈치를 챈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끝까지 나온다는 면에서 <Maybe Happy Ending>이라고 한 거 아니었을까?


5. 제임스의 아들과 올리버


이 부분은 약간 약하게 묘사돼서 완전히 알아듣진 못했다. 제임스의 아들은 올리버를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나온다. 올리버는 제임스 곁에 머물며 제임스가 원한 걸 계속했지만, 아마도 아들은 이것에 자기랑 비교된다는 생각에 불편했던 거 아닐까 싶었다. 올리버를 아끼는 마음에 제임스에게 자기가 죽는다는 말을 전달하지 않은 게 묘사된 것 같았다. 그러나 올리버의 기억을 본 제임스의 아들은, 제임스가 자기를 누구보다 사랑했었다는 것을 깨닫고 운다.


6. 무대장치의 역동성과 영상매체의 적절한 활용


이 작품은 이동이 매우 많다. 올리버의 방, 클레어의 방, 모텔, 배, 제주도 제임스의 집, 제주도의 풀숲, 그리고 시간의 전환도 매우 많다. 무대전환이 부드럽지 않으면 극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고 느꼈다. 적어도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참신하게 스마트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화면을 계속 줌인 줌아웃 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무대를 지속적으로 바꿔낸 것이 창의적이었다. 거기에 전통적으로 사용한 원형무대 전환을 사용해서 제임스의 집에서 여러 공간을 이동하는 모습을 잘 묘사한 것도 좋았다.


더불어 옛 주인과의 대화, 회상을 어떻게 묘사할까 싶었는데, 비디오 프로젝션을 적절한 스크린에 비춰서 실제 주인과 대화했던 화면으로 연상하게 만들고, 마치 헬퍼봇의 시선으로 그 상황을 마주하는 것처럼 묘사한 게 너무 좋았다. 감정 이입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건 내 쓸데없는 상상력이다. 올리버는 돈을 벌기 위해서 병을 팔아 10년간 동전을 모았다. 그런데 매달 매거진은 어떤 돈으로 받는지, 부품들은 어떻게 공급받을 수 있는 금전적 소스는 무엇이었던 걸까? 왜 사장된 헬퍼봇들을 폐기하지 않고 따로 격리할 발상을 할 수 있던 거지? 비용처리와 비난을 막기 위해 따로 지역을 만들어둔 걸까? 이런 뒷 배경에 대해서 상상도 해보았다. 인권단체에 관한 운동으로 인해 보호받았던 걸까? 밖에서 사장된 헬퍼봇인 게 드러나면 잡혀간다고 했던 거 보면 인권단체의 지원을 받아 지내고 있는 건지 묘사되지 않아서 아쉽긴 해도, 뭐 이건 작품에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니,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랑은 거리가 먼 상상이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많이 썼다. 그만큼 내 마음에 가닿았던 것이 다른 작품보다 많았던 것 같다. 헬퍼봇 둘이 사랑을 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시간을 많이 보낸 것으로 시작한 게 아닌,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고, 둘이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보듬어가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부분을 잘 묘사한 것 같다.


한국에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라이카>도 그렇고, 영조와 사도세자가 만나는 뮤지컬 <쉐도우>을 비롯하여, 여러 작품들이 있는 걸 들었다. 해외에서 서서히 흥행하고 있는 소설들이 이제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작품화가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많은 작품들이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 서서, 인간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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