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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택경 Nov 19. 2019

투자자는 갑인가?

투자자 입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

저서 : VC가 알려주는 스타트업 투자유치전략

입장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직장인으로 있다가 창업하면 직원들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것처럼 느껴지고, 스타트업에 있을때 투자계약서를 보면 독소조항처럼 보이는데 다시 투자자가 되어서 보면 안전장치가 부족한 것 같고, 투자자일때는 수익을 내는 것이 주목표였는데 스타트업에 합류하니 수익내는 것외에 문제해결/자아실현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멤버들과 함께 한다는 알게 됩니다.


간혹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자금만을 대는 '물주'로 생각하거나 혹은 갑질을 하는 '갑'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바람직한 투자자는 스타트업의 조력자이자 동반자 역할을 합니다. 먼저 투자자를 이해하고 또한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풀릴 수 있는 오해들도 꽤 있을 겁니다.

 

스타트업의 'Stakeholder(이해관계자)'가 고객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주주, 임직원, 사회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투자자의 경우도 'Stakeholder'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LP(출자자), 임직원, 사회(스타트업생태게)가 있기에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의 입장만 고려하기는 힘들죠.


1. 스타트업 수에 비해 기관투자자 수는 절대적으로 적다.


투자자를 ‘갑’으로 오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아마 투자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인데, 한번 대략적인 수를 추정해 보도록 하죠.


먼저 기관투자자의 수를 보면, 현재 국내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의 수가 약 200개이고 - 아직 펀드 결성되지 못한 곳들이 많음 - VC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창투사(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와 여신금융협회의 신기사(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회원사 수의 합계가 약 200개로, 회원사로 등록하지 않은 창투사/신기사의 수를 약 50개로 감안하여 추가하면 총 450개 정도입니다. 이 중 펀드결성 중이거나 기타 이유로 활발히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는 곳들을 제외하고, 약 250개가 활동 중이라고 추정해보죠. - 공식적인 집계가 힘든 역외펀드 운영사, 전략적 투자자, 그리고 기타 금융사 형태의 투자자는 제외하였고, 액셀러레이터 50개와 VC(창투사/신가사) 200개가 활동중이라고 가정함.


다음으로 스타트업의 수를 고려할 때, 단순하게 로켓펀치에 등록된 기업의 수인 약 75,000개를 국내 스타트업 수로 추정해 본다면 - 실제 로켓펀치에 등록되지 않은 스타트업도 있고 반대로 스타트업이 아닌곳도 일부 등록되었을 것임 -  가정상 75,000(스타트업 수)/250(활동중인 기관투자자 수) = 300으로  기관투자자와 스타트업의 비율이 1:300이 됩니다. 게다가 클럽딜과 투자유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 스타트업이 다수의 투자자 후보를 만나야 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왜 투자자를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이 될 수 있죠.


기본적으로 투자자는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드는 스타트업에만 투자를 하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지만 - 마치 고객의 유입경로를 나타내는 'Sales Funnel' 처럼 각 단계별로 일부 스타트업만이 투자유치에 성공하기에, 투자유치는 힘든 과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기투자한 포트폴리오팀과 관심있는 투자 후보팀을 만나기에도 무척 바쁘기에, 이들을 제외한 다른 스타트업은 투자자와의 미팅조차 힘든 경우가 많죠.



2.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단계보다 앞단인 스타트업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미숙한 편이다.


드물긴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차도 '정말 나쁜 투자자'로 낙인이 찍힌 투자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쁜 투자자라기 보다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거나, 혹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처럼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인한 오해일 때도 많죠. 그리고 이러한 오해는 스타트업에게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뒷단의 투자자가 앞단의 스타트업을 만나면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얼마전에 이슈가 되었던 '쓴소리 심사위원'도 투자자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문제도 있었겠지만, 시드 투자유치를 진행하는 극초기 스타트업에게 시리즈 C/D 투자나 큰 규모의 M&A를 주력으로 하는 PEF(사모펀드) 관계자를 심사위원으로 매칭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보여집니다. 주최측이 아닌 관련 경험이 부족한 협력기관에서 심사위원 추천을 하다보니, 극초기 스타트업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아주 뒷단의 투자자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한 실수가 생긴거죠. 


유아를 유치원 선생님에게 맡겨야 하는데, 마치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대학 교수님에게 맡긴 경우처럼 보입니다. 저만 하더라도 시리즈C  이상의 후속투자를 유치한 매쉬업엔젤스 포트폴리오팀과 미팅을 한 뒤 연이어 매쉬업엔젤스로부터 막 시드 투자를 받은 포트폴리오팀을 만날 경우, 잠깐의 휴식과 함께 눈높이 조정시간이 필요하더군요. 


3. 뛰어난 스타트업은 오히려 '갑'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 것에 비해 좋은 스타트업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에, 소수의 뛰어난 스타트업 경우 인기가 많아 오히려 투자자가 해당 스타트업에 몰려 줄을 서기도 합니다. 몇 년 전 모 투자자가 인기있는 한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기 위해, 거꾸로 “우리는 자금 이외에도 이러한 가치를 줄 수 있다”고 피칭한 사례도 있죠.


몇 년 전에는 시리즈 A 투자자가 앞단인 pre 시리즈 A까지 내려와서 투자를 하기도 하였고, 시리즈 B 투자자가 앞단인 시리즈 A 뿐만 아니라 더 앞단인 pre 시리즈 A까지 내려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다시 시리즈 A 투자로 몰리는 듯 해보입니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기도 하였고, 또 pre 시리즈 A 투자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는 불리하기에 시리즈 A 투자로 되돌아간 투자자도 있죠. 그리고 시리즈 B 투자로도 다시 돌아간 투자자도 있지만, 높아진 기업가치로 인해 시리즈 B 투자가 좀더 신중해지고 시리즈 A부터 좋은 팀에 투자를 해 놓아야만 이후 시리즈 B에도 후속투자(Follow-On)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시리즈 A에도 집중하는 시리즈 B 투자자도 있습니다. 따라서 요즘 앞단과 뒷단 투자자 모두 시리즈 A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 보이는데, 이 단계에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은 투자자에게 아주 인기가 많아지게 됩니다.

한 VC대표님이 "펀드 결성하느라 LP(출자자)에게 10억 투자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 거기에 비하면 스타트업이 VC로부터 10억 투자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훨씬 쉬운것 같다"라고 하셨는데, 그만큼 인기있는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는 부익부 현상으로 쉬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유치는 힘든 과정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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