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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택경 Jul 18. 2022

전공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유망한 분야도 좋지만 본인의 적성도 고려하여 선택하자

많은 학생들이 대학 진학 시 전공 선택과 관련된 고민을 합니다. 혹자는 성적에 맞추어 적당한 전공을 선택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권하는 유망한 분야의 전공을 선택하기도 하며, 또 부모님이나 주변의 권유와 별개로 본인의 꿈을 좇아 전공을 선택하기도 하죠. 이러한 전공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망분야의 사이클과 관련된 인기학과의 변천사  


컴퓨터 관련학과의 흥망성쇠 사례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90년대 (첨단산업이자 미래의 유망학과)


컴퓨터학과가 전자공학과와 함께 미래의 유망학과로 부상한 시기입니다. 제가 연세대 88학번인데 컴퓨터학과의 커트라인이 의대보다 약간 낮았었고, 선배에게 언뜻 듣기로는 87학번 때는 커트라인이 연세대 의대보다 약간 더 높았다고 합니다.


2000년대 (닷컴 버블과 함께 비인기학과로 몰락)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학생들의 전공 선택과정에서도 컴퓨터학과가 외면받으면서 점점 비인기학과가 되어갑니다. 그 당시에 'Daum'에 CTO로 있었던 제게도 개발팀장들이 컴퓨터학과 졸업생을 신입사원으로 뽑으려니 원하는 실력을 제대로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는 하소연들이 많이 들렸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컴퓨터를 정말 좋아해서 컴퓨터학과를 간 소수 실력파들은 예외지만요.) 심지어 지인인 과후배 한 명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담당한 학생이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컴퓨터 관련 학과를 가보라고 권유했다가 학생 부모님에게 잘리기도 하였습니다.

자료 : KAIST


2010년대 (ICT 산업의 성장과 함께 다시 인기학과로 부상)


1990년대의 'Web'이라는 메가트렌드에 이어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과 함께 'Mobile'이라는 새로운 메가트렌드가 산업을 휩쓸었고, 관련된 ICT 산업도 급성장하게 됩니다. 'Apple'이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으로 우뚝 서기도 했죠. 이러한 ICT 업계의 호황과 더불어 컴퓨터학과의 인기도 2012년쯤에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하여 2010년대 말에는 다시 인기학과가 되었습니다.

- 2019년도 서울대학교 커트라인 : 의예과(411.4점)/치의학과(406.5점)/컴퓨터공학부(406점)


2020년대 (최고 인기학과 그룹)


인문학의 위기와 함께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학과를 복수전공/부전공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의 연봉이 치솟고 수평적인 기업문화로 인해, MZ세대들은 취업 희망 기업으로 전통 대기업인 소위 '삼현슼엘'보다는 소위 '네카라쿠배당토’를 더 선호하게 됩니다. 

- 2021년 고등학생 희망직업 선호도 : 4위 컴퓨터공학자/SW개발자 (2020년 7위), 6위 공무원, 7위 의사

- 2022년 연세대학교 정시 경쟁률 : 컴퓨터과학과 6.23:1 (2021년 3.56:1), 인공지능학과 8.17:1


* 이렇게 업계의 분위기에 따라 관련학과의 인기도도 지속적으로 변해왔습니다.


유망분야와 대학 입학의 시차 이슈


해당 업계가 급성장하면 이렇게 관련학과도 인기학과가 되긴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본인이 관련학과에 입학할 때는 유망분야였지만, 그것이 군대 다녀오고 졸업한 뒤 취업시즌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대학교 학과를 선택하기 전인 고등학생일 때, 큰 형님의 친구분이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내가 대학에 갈 때는 조선업이 급성장 중인 시기라서 망설이지 않고 조선학과에 지원했었지. 그런데 내가 졸업하고 중공업에 취업할 때엔 불황이 와서 힘들었단다". 결국 위에서도 이야기한 컴퓨터학과의 사이클처럼 각 산업에도 사이클이 있기에, 대학교 입학과 졸업 이후 취업까지의 시차로 인해 그 사이에 사이클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거죠. (특히 석박사까지 가면 더욱 시차는 커집니다.) 조선업도 이후에 다시 또 큰 호황 시기도 오기도 하였죠.


제가 2003년도 가을에 미국에 비즈니스 코스 연수를 갔다가 2005년도 봄에 다시 국내에 돌아왔더니 그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닷컴 버블 이후 학생들이 컴퓨터학과는 다들 기피하고 있었고,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인기가 높아진 공무원 직종이 제가 상상도 못 할 만큼 인기직종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유망분야도 예측이 힘들지만 그 타이밍을 예측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죠.


급변하는 세상과 나의 꿈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앞으로 대학생의 85%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제 평생직장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평생에 걸쳐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게다가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부 일자리 소멸의 가능성도 있죠.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소위 '사자' 직업은 여전히 아직 인기이고 관련학과도 인기학과이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도 많은 변호사/회계사 사무실들이 힘들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문을 닫기도 합니다. 미래엔 어떤 직업이 인기 있을지, 아니면 심지어 어떤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지 예측하기도 쉽지가 않죠. 게다가 대학 입학시기에 전공을 선택하는 시점과 졸업한 뒤에 미래에 취업하는 시점과는 시간차도 큽니다. 


개인적으로 대학에 입학할 때 부모님이 은근히 의대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좋아했던 컴퓨터학과를 선택한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부모님은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습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과 타이밍에서 운이 따랐긴 했지만,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고 꿈꿨던 분야를 택했기 때문이죠. 좋아하는 일이 항상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긴 하지만, 모든 분야가 미래에 유망할 확률이 동일하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좀 더 높겠죠. 지금 유망해 보이는 직업에 맞추어 그때그때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가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제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첨단분야여서 컴퓨터학과를 선택하려고 합니다"라고 했더니, 한 교수님이 제게 이 말씀을 하시더군요. "모든 산업 업종에는 각각의 첨단분야가 모두 있습니다". 비록 사양산업일지라도 상위권의 전문가는 제대로 대접을 받을 겁니다. 정답은 없으니 '유망한 분야 vs 본인의 꿈'에서 후회 없는 선택이 무엇일지는 스스로 생각해보세요. 



저서 : VC가 알려주는 스타트업 투자유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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