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는 중이다

by 이선비

첫 아이를 낳고 볼일을 볼 때 화장실 문을 열어두는 버릇이 생겼다.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 때문이었다. 둘째를 낳고, 셋째를 낳고, 화장실 문은 닫힐 수 없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은 내가 샤워를 할 때도 욕실 문을 거침없이 열고 들어왔다. 10분에서 15분만 기다려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가지고. 나의 몸은 투명 인간이나 공공재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최근 일련의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빠지다 보니 아랫배가 움푹 패일 정도가 되었고, 여기 아기들이 들었던 자리라는 게 눈에 명확히 드러났다. 한 때 선망했던 마른 몸은 아름답지 않았다. 노브라가 15년 일찍 유행했더라면 여름의 나는 당당하게 티셔츠 한 장만을 입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탄력 있는 젖가슴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의 내 몸이 그립다. 나이가 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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