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by 이선비

나의 이름을 지어준 사람.

남자이지만 예쁜 여자 이름을 가진 사람.

나와 딱 서른 살 차이가 나는 사람.

짓궂은 농담들을 가르쳐준 사람.

고추냉이를 먹고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즐기는 사람.

오늘 하루 일어난 일들을 타임라인으로 메모하는 사람.

현관에 신발이 바르게 놓여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걸음걸이가 독특한 사람.

키가 큰 만큼 운동 신경은 없는 사람.

그러나 태권도가 3단인 사람.

영화에 대한 달뜬 애정을 보여준 사람.

내게 매일 꽃 사진을 보내주는 사람.

가끔은 자작시도 보내주는 사람.

친구를 좋아해 보증을 많이 서주었던 사람.

운전면허가 있어도 운전을 못하는 사람.

자전거를 자주 탔던 사람.

민방위 사이렌이 울릴 때 나를 뒤에 태우고 힘차게 페달을 밟던 사람.

사촌 언니들의 이상형이 ‘여명’ 일 때 나의 이상형이었던 사람.

세상에 태어나 만난 남자 중 나를 가장 사랑해 준 사람.

내가 죽고 싶을 때 생각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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