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

by 이선비

결혼을 한 그 해 남편 생일이 다가오자 시어머니는 내게 말씀하셨다.

“나는 남편 생일이면 팥찰밥에 미역국 끓여서 시어머니를 불렀다.”

결국 나에게도 똑같이 하라는 말씀이셨다. 근데 팥찰밥은 뭐죠?

몇 년 했는데 그놈의 팥찰밥 며느리가 성공적으로 짓는 꼴을 못 보시고 결국 어머니는 유야무야 아들 생일날 팥찰밥과 미역국 얻어먹기를 포기하셨다.


남편은 결혼 초기 내 생일에 3분 미역국을 끓여주었다.(요즘은 식당에서 주문해 준다)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사진을 보고 아빠는 “사위가 나보다 낫구먼” 하고 흡족해하셨다.


작년 여름, 막내가 아프고 식이제한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생크림 케이크도 막내가 못 먹는 음식 중 하나다.

애들에게 케이크야 어차피 위에 얹어진 캐릭터 구경하고 촛불 붙여 끄는 용도지 먹는 음식이 아니었으나,

좋든 싫든 못 먹게 된 마당에 막내만 억울하게 나머지 가족들의 생일마다 케이크를 살 순 없었다.

지난 남편의 생일에는 컵케이크를 구웠다. 베이킹을 오랜만에 해서 결과물도 별로고 오븐에 손도 데었다.

하지만 만들고 두 시간 안에 막내는 컵케이크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올해 내 생일.

식물도 집에 두면 안 되는 상황이기에 잘 키우던 화분들도 갖다 버렸는데 남편은 꽃다발을 사 왔다.

막내는 케이크를 못 먹는데 굳이 호텔 표 케이크를 사 왔다.

한숨이 나왔다.

한 달 용돈 50만 원으로 회사에서 점심 사 먹고, 종종 편의점에서 아이들 간식거리 사주고, 꽃과 케이크와 선물까지 살 돈은 남을 리가 없다. 저 돈의 출처는 어디일까 하는 생각 밖에.


예전 남자친구도 용돈이 50만 원이었는데 20만 원짜리 향수를 선물한 적이 있지.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준비해 주는 애틋한 선물이 외려 그립다. 그 오빠는 이제 죽었다.


신혼 초에 뭔가 하나 받으면 “고맙다고 안 해?”라는 후속 질문에 꽤나 스트레스받던 기억이 떠오른다.

고마움은 내가 고마울 때 충분히 표현하고 싶다. 고맙지 않으면 고맙다는 말 좀 건너뛰고 싶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올해 생일에는 내가 그걸 했다. 해냈다. 별로 고맙지 않아서 고맙다는 말을 안 했다.

제기랄,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고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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