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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나무

[토닥토닥-2] 2025년 3월 31일 일요일

by LYJ

큰 아이가 독일로 가기 전 엄마 나무에 다녀왔다. 엄마 나무가 키가 자라는 나무인지 몰랐다.

키도 훌쩍 자라 있고 모양도 색깔도 너무나 이쁜 엄마 나무를 보니 엄마가 잘 지내고 있구나 싶다.

품에 안고 "엄마~~ 나 왔어. **이가 1년 독일 가게 됐어. 잘 다녀올 수 있게 엄마가 좀 잘 봐죠." 하는데

아이가 운다. 덩달아 나도 울컥한다.

쿨~한 성격에 서늘한 비판의식을 가진 것과는 다르게 마음이 따뜻한 아이라 그런지 큰 아이는 눈물이 많다.

엄마가 떠난 날, 큰 아이는 구석에서 하염없이 울었었다. 정말 하염없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엄마는, 돌보지 않아도 될 만큼 큰 아이들을 매일 같이 돌봤다. 그래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온 아이들이 빈집에 들어오는 법이 없었다. 그땐 몰랐겠지.

본인이 뭔가 기특한 일을 할 수도 있게 컸을 때 정작 할머니는 그걸 못 볼 수도 있다는 걸...


할머니가 본인을 애인으로 삼고 살았던 것처럼 큰 아이도 할머니를 많이 의지했었나보다. 할머니가 없는 일상을 상상한 적이 없어서 할머니 나무에 올 때마다 그렇게 울었나? 그 마음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부재에 대한 일종의 "쓸쓸함" 같은 감정이겠지 하고 추측해 본다.


납골당의 서늘함이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아 특별한 기대 없이 수목장을 선택했던 건데, 지금 보니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어서, 엄마가 진짜로 여기에 나무로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좋구나 싶다.

며칠 전 발견한 엄마의 영수증도 손에 잡히는 실체라서, 마치 엄마 같아서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 거였다.


아이는 내일 밤 10시 비행기로 독일에 가야 하는데, 짐은 밤 12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미리 준비하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결국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소리가 오갔다.

겨우겨우 캐리어 TSA 잠금장치를 닫고 나서 침대에 누우니 새벽 1시가 넘었다.

내일이면 1년을 못 볼 얼굴인데 좀 참을 걸, 바로 후회가 된다.


내일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좀.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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