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10] - 2025년 8월 22일 금요일
"아프다고 인상 쓰고 앉아 있는 것보다 그냥 휴가 내고 들어가는걸 더 좋아해. 직원들은..."
2023년 3월 항암 2차 주사 후 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통증을 경험하며, 꾸역꾸역 일을 하던 한복판이었다.
원장의 호출에 올라가 업무 관련 질문에 답을 하고, '몸은 어떠냐? 다행히 항암 부작용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래도 순하게 겪는 거 같습니다' 같은 아무 하고나 할 수 있는 2-3마디 후 내게 던진 기관장의 말이다.
말에 맞아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무리 자기 사람이 아니고, '그저 직원' 이어도, 같은 기관에서 20년 넘게 알고 지낸 후배한테, 그것도 승진을 목전에 두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기본에 깔고 있는 시기에 항암까지 하는 불운을 겪어내고 있는 직원에게 기관장이 뱉을 수도 있는 말이 맞나?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맞나?
'직원들이 그런 생각을 할까 고민이라고 해도, 누가 그렇게 못된 말을 하냐, 그런 애는 취급도 말아라, 그런 말에 상처받지 말고, 건강 회복하는데 신경 써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미친년, 천벌을 받아라, 죽을 때까지 고통받아라 했었다.
그렇지만 24년 여름 나는 결국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승진했다. 유방암보다 더한, 4번의 항암보다 더한 좌절감과 불안감을 버티며 1년 동안 기어코 실적을 만든 후였다. 그리고 25년 초 주무부서 첫 여자과장이 되었다.
별로 다를 것 없고 공식적으로는 주어진 권한이 다르지 않은 자리이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만큼 일할 수 있고, 정량화되지 못할지언정 내가 내는 성과를 공직생활 내내 나를 지지해 주던 선배의 성과로 엮어낼 수 있음에 기꺼운 마음이었다.
"그렇게까지 잘난 척을 해야 되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너밖에 안보였다, 그럴 거면 일하지 마라, 그 사람들 표정 봤냐, 아무것도 하지 마라, 내가 욕먹는 게 다 너 때문이다" 등 문자로는 담기지 않는, 작정하고 쏟아내는 말에 나는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들었던 말을, 그런 말을 듣고도 화내지 못하고 애써 웃었던 나를, 그때의 모멸감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떠올렸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뾰족함으로 관계의 본질까지 뚫고 들어가 박혔다.
'그래, 내가 겸손함은 좀 부족하지. 올해 말 퇴직할 본인이 계속 바람막이가 되지 못하니 걱정이 되어 그런 거겠지, 내 발표가 좀 길었나, 경쟁자들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부러 과장된 곡해를 하기도 하지, 열등감에서 비롯된 그런 곡해의 소문을 듣고 속상한 나머지 쏟아냈겠지'
나를 아무리 달래도, 박힌 화살은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든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항암 부작용보다 더한 통증으로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