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8] 2025년 6월 10일 화요일
내가 가진 모든 것과 바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나쁜 일이 있다. 남들은 그렇게도 쉽게 거머쥐는걸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뭐 이렇게까지 운이 없는 건지, 타인을 향한 부러움과 내가 가진 불운함 사이에 부유한다. 실체가 없는 이런 고통은 원망도 구체적으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잘못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굳이 잘못을 지어내어 내가 나를 원망하는 방법을 택한다.
휴가를 좀 더 일찍 냈어야 하는데, 잠들기 전 어? 하고 스쳤던 이상함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았어야 하는데, 운전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쉬는 중에도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했는데.
새끼는 품고자하는 마음만으로도 고유 명사가 된다.
그러므로 만나지 못했어도 꼼짝없이 존재에 묶이기 마련이다.
임신과 출산 사이에 자꾸 끼어드는 유산이 이미 습관성이 되어버린 어린 YJ에게
내가 건넬 위로 따위가 없다.
카톡으로 날리는 기분전환 커피쿠폰은 새끼를 낳아 길러 본 내가 하기에는 모욕적인 가벼움이라 잠깐 떠올린 것조차 민망하고, 얼굴 보러 집으로 오라는 그녀의 말에 정말로 응하고 싶지만 직장에서 만나 3~4년 남짓 쌓은 마음으로 내가 하는 걱정과 위로가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가늠 정도는 할 수 있다.
보자마자 혹은 받자마자 얼굴이 활짝 펴지는 선물이나 말이 떠오르면 좋겠다.
나쁜 일을 겪을 때 그녀가 타인의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척해주는 걸로 위안을 삼는 사람인지 알면 좋겠다.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과 나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 얼마큼 차이가 나는지, 내가 어디까지 침범할 수 있는지 알면 좋겠다.
그녀의 일을 내 일기장에 이토록 길게 주절거려도 되는 건지 알면 좋겠다.
쨍한 꽃다발과 짤막한 말로 충분히 전할 수 있었던 1년 전처럼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