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구치소 식단은 입에 맞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럴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만일 당신이 이 편지를 읽게 되실 때면 당신께서 짊어진 여러 혐의들 중 대다수는 이미 1심 판결이 나왔을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솔직히 말하자면 저 역시도 국민들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당신이 무죄 석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검사는 이미 당신에게 사형을 구형하였고 그 밖에 다른 여러 혐의들을 모두 합친다면 당신이 살아생전에 옥문 밖으로 나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은 근 30여 년간 사형을 실제로 집행하지는 않았기에 설혹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실제로 집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저도 당신이 사형당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는 제가 사실 당신이 무죄라 생각하여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당신에 대한 여러 혐의들은 너무나 명백하여 그 어떤 변호사가 달려들어도 당신을 무죄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만 당신이 생을 마치게 될 그날까지 계속 감옥에서 속죄하며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윤석열 씨.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당신이 설마 재작년 12월에 범했던 그 만행이 결코 위헌적이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한때나마 우리 대한 국민을 대표하셨던 당신이 그렇게나 어리석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그 만행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을 속여가면서 도망쳐 온 것이라고 말입니다.
윤석열 씨. 당신이 재임 중에 (그리고 아마 지금도) 그토록 싫어하셨던 이재명 대통령도 광주에서 연설을 할 때 ‘한때는 내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폭동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는 당신과는 달리 먼저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고백하고 사과하였기에 5.18 학살에 대한 깊은 상흔을 안고 있던 광주 시민들도 기꺼이 그를 지지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당신이 국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고 해서 당신이 범한 잘못을 쉽게 용서받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죄는 이재명 대통령의 그 과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설혹 이재명 대통령이 퇴임 후 재개된 재판으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당신보다는 훨씬 가벼운 형량일 것입니다. 저는 민주당원이 아니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당신과는 달리, 언젠가 앞으로 도저히 국정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야당의 견제가 극심해지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 차라리 본인이 자진해서 퇴임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석열 씨. 그날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아무도 죽지 않은 까닭은 당신의 어설픔이 아니었습니다. 속속들이 밝혀지는 여러 문건들을 들여다보면 당신은 나름 치밀하게 준비하신 듯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사건이 1980년의 그때와는 달리 무혈사태로 끝난 근본적인 원인은 아무도 당신이 꿈꾸는 세상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잘못된 방법으로라도 정의(?)를 실현하려 한 듯 하지만 국민들은 그 잘못된 방법은 물론, 당신이 추구하려는 ‘이상사회’인 “종북좌파 세력이 없는 애국보수의 지상낙원”이라는 주장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던 것입니다.
윤석열 씨. 당신이 그토록 찬양하셨던 ‘자유민주주의’는 당신이 속해있었던 ‘국민의 힘’ 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과 진보당, 정의당을 비롯해 여러 크고 작은 정당들, 그리고 어느 정당에도 속해있기를 거부하는 무소속 정치인들까지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그것이 싫으셨다면, 그래서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끝없는 견제에 질식할 것 같으셨다면 이미 더 이상 그 자리는 당신의 것이 아니라는 경고를 대다수 국민들이 보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셨어야 합니다.
당신은 그 점을 망각하였기에 결국 대통령의 자격을 잃은 것입니다. 정말 혹시라도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조금이나마 무언가 부끄러운 감정이 드셨다면, 결코 스스로 목숨을 끊으시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결코 진정한 속죄의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매일 옥중에서 참회록을 집필하시기를 바랍니다. 자서전이 아닌 참회록 말입니다. 아무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더라도 당신의 비참한 말로와 당신이 남긴 뼈저린 참회의 기록을 보며 후세에 ‘제2의 윤석열’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그나마 당신이 역사에 남긴 죄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한때는 분명 정의감으로 가득 찬, 낭만주의자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언론과 방송에서 소개한 당신에 대한 숱한 미담들이 그것을 보여줍니다. 저 역시 이 편지를 쓰면서 당신이 교내에서 여학생에게 부당하게 대우한 사복경찰에게 호통을 친 일과 어느 소년범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는 그가 올바른 길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는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출처) 이 편지를 받은 당신이 부디 당신이 과거 법대생이었을 때, 그리고 초임검사였을 때 가졌던 그 ‘올바른 의미에서의’ 정의감을 뒤늦게나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심을 담아, 이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