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감기와 속이 좋지 않아 2주 가까이 정신없고 힘듦이 있었다. 몸 상태는 안 좋지만 주 7일 알바는 나가야 하고, 집에 가면 육아는 해야 되는 내 자신이 안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지만 그 감정에 오래 머물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이유는 스스로 가엽게 여기면 괜히 괜찮았던 내 삶이 불행해 보이고 자신이 처량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밝고 긍정적이고 순수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오고 있다.
그 이유가 아마도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했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이성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묻는다면 생각 털어버리기/공간 이동/내 감정 글로 표현하기/감사함 찾기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이 많고 애타심이 많은 편이라 타인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가엽게 여기는 마음은 타고난 성향인 것 같다. 그래서 두루두루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그들 또한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을 잘 의심하지 않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믿고 사람마다 모두 개인의 상처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이런 성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성향은 말 그대로 서정이 흐르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서정은 감정이 흐르는 방향을 뜻한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레 되는 것들 말이다. 나는 그래서 성향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좋다. 타인에게 무해하고 의미 없이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물 흐르듯이 삶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곁에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고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어릴 적에는 통통 튀는 개성이 없는 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었다. 개성의 기대에 개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내가 괜히 못나 보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대학생 때는 인싸와 알싸를 자처하며 쓸데없는 망상과 공상도 많이 했었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프로그램들에 참가하며 붐비며 지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고 유학을 다녀오고 아이를 낳고 하니 통통 튀지 않는 나의 성미가 편안한 집안 분위기를 만들고 웬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내면에 잘 숨어 있던 인사의 기질은 필요하면 불쑥불쑥 튀어나와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과 어울릴 때 한몫 톡톡히 한다.
2023년 12월, 올해는 나에게 조금은 힘든 한 해였어서 그런지 해가 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보다 새해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기대심이 더 많다. 그래도 그 어려운 한 해를 잘 살아 낸 스스로가 기특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쉽지 않았던 상황을 잘 극복한 것 같아 감사하다.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 그리 크지 않는 편이다. 아직까지는 나이 먹는 것이 좋다. 내가 더 성숙해지고 지금의 나의 상황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10대와 20대는 내가 참 마음에 안 들었다. 그때도 부족했고 지금도 부족하지만 그때는 만족을 몰랐고 지금은 감사하며 만족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제라도 내가 좋아져서 다행이다.
<서른 둘, 나는 내가 비로써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