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이전의 바다>
삑,
목소리보다 먼저 들려오는
작은 울림이 있다.
모래 속에서,
파묻힌 시간의 주머니가 터진다.
아이의 발은
아직 문장을 모른다.
그러나 눌러쓴 한 음절로
세상의 첫 발화를 시작한다.
삑, 삑,
소리는 자음도 모음도 없이
모래의 속살을 벗긴다.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기억보다 더 얇은 입김이
허공 위에 매달린다.
바다는
놀라는 척 밀려오고
되물음 없이 물러가며
하얀 웃음선 하나를 두고 간다.
지금,
세계는 가장 가벼운 발자국에 눌려
파도의 이마가 열리고
그 위로 새벽의 빛이
하나 둘 조각난다.
삑-
그 소리는
말을 품기 직전의 세계다.
누구도 이름 붙이지 않은
파편들이 떠오른다.
아이의 신발 틈으로
저녁의 잔해들이 스민다.
바람도 아니고
고요도 아닌,
깨진 시간의 조각이
발끝을 감는다.
그때,
어디선가
삑-
다시,
언어 이전의 세계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