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는 것들에 관하여>
바다 쪽은
항상 먼저 젖는다
사람보다 돌이 먼저 눕고
파도가 밀리기 전부터
물기 어린 냄새가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흙이 아닌 바닥에서
발은 점점 작아진다
등대는 멀리서 보면 기도처럼 서 있었고
가까이 다가서니
누군가 오래 눌렀다 떼낸 손자국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그 말은 틀렸다
정확히는
바람이 움직였고
나는 그 속에 있었다
잔 머리카락 하나가 이마를 스칠 때,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그 뒤로 잠깐, 아무 말도 안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목이 마르다는 느낌이
목구멍이 아니라 발등 가까운 곳에 생겼다
나는 등대를 쓰다듬지 않았다
다만 그 근처에 오래 있었다
아무것도 밝히지 않는데
계속 서 있는 것이
무엇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다시 꺼내지 않는다
꺼내면 뭉그러질 것 같아서
아니면,
다시 젖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