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물러서는 것들에 관하여

by 김관우

<물러서는 것들에 관하여>


바다 쪽은

항상 먼저 젖는다

사람보다 돌이 먼저 눕고

파도가 밀리기 전부터

물기 어린 냄새가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흙이 아닌 바닥에서

발은 점점 작아진다

등대는 멀리서 보면 기도처럼 서 있었고

가까이 다가서니

누군가 오래 눌렀다 떼낸 손자국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그 말은 틀렸다

정확히는

바람이 움직였고

나는 그 속에 있었다


잔 머리카락 하나가 이마를 스칠 때,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그 뒤로 잠깐, 아무 말도 안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목이 마르다는 느낌이

목구멍이 아니라 발등 가까운 곳에 생겼다


나는 등대를 쓰다듬지 않았다

다만 그 근처에 오래 있었다

아무것도 밝히지 않는데

계속 서 있는 것이

무엇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다시 꺼내지 않는다

꺼내면 뭉그러질 것 같아서

아니면,

다시 젖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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