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와는 아무 상관 없는 곳

by 김관우

<너와는 아무 상관 없는 곳>


말하지 않고도 흘리는 것은

눈물만이 아니었다.


너를 보고 돌아선 날

구겨진 영수증을 한참 만지작거렸다.

번진 숫자들 사이로

그날 마신 커피가 나뒹굴었다.


우리는 끝내

침묵이라는 말로

서로의 하루를 채웠고,

그건 마치 오랫동안 돌리지 않은

세탁기 속 옷처럼

어떤 냄새일지 외면한 채

곁에 남겨두는 일이었다.


너는 다정했지만

나는 너를 부르지 않았다.

그저 계단 틈에 쌓인 먼지가 되어

어디선가 계속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다.


가끔,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줄 것 같은

낯선 동네를 걷는다.

너와는 아무 상관 없는 곳이어야 한다.


그곳에 네가 없다는 사실이

안도이기도 하고

고장 난 알람처럼

어떤 밤엔 나를 울게 하기도 한다.


나는

너에게 말하지 않은 모든 마음을

어느 상점 유리창에 비춰보고는

잘 지내-라는 말을

되새긴다.


거기서

너는 웃고 있겠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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