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는 아무 상관 없는 곳>
말하지 않고도 흘리는 것은
눈물만이 아니었다.
너를 보고 돌아선 날
구겨진 영수증을 한참 만지작거렸다.
번진 숫자들 사이로
그날 마신 커피가 나뒹굴었다.
우리는 끝내
침묵이라는 말로
서로의 하루를 채웠고,
그건 마치 오랫동안 돌리지 않은
세탁기 속 옷처럼
어떤 냄새일지 외면한 채
곁에 남겨두는 일이었다.
너는 다정했지만
나는 너를 부르지 않았다.
그저 계단 틈에 쌓인 먼지가 되어
어디선가 계속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다.
가끔,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줄 것 같은
낯선 동네를 걷는다.
너와는 아무 상관 없는 곳이어야 한다.
그곳에 네가 없다는 사실이
안도이기도 하고
고장 난 알람처럼
어떤 밤엔 나를 울게 하기도 한다.
나는
너에게 말하지 않은 모든 마음을
어느 상점 유리창에 비춰보고는
잘 지내-라는 말을
되새긴다.
거기서
너는 웃고 있겠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