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오른 날>
어떤 날에는
바람이 불지도 않았는데
잎이 흔들린다
그럴 때가 있다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젖은 유리창에
손끝을 대는 소리처럼
느릿하게 스며든 기억이
내 안의 창을 닦는다
다만 어떤 날,
아무 이유 없이 눈이 시리면
그건, 한때 머금었던 그림자가
조금 늦게 물이 오른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