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밖의 사람>
그늘 하나 없는 정오였다
호수의 중심에서 파문이 일었다
누가 돌을 던졌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무심히 잔잔함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빛이 너무 맑아 물 아래 형체들이 눈에서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잠시 반사되지 않았던 것들
잎사귀 하나가 물 위에 떠 있었다
금이 간 유리잔처럼 조용히 흔들리며
어디로도 흐르지 못하고 가라앉지도 못한 채
바람은 지나갔고
흔적은 향기가 아닌 체온으로 남았다
한 점 눌림, 눅진한 투명함
그녀는 파도를 몰고 오는 사람이었고
나는 언젠가 파도에 발등을 적신 기억뿐인
모래였다, 같은 오후의 일부였다
늦게 도착한 새들이 멀리서 원을 그렸다
원은 끝내 나를 감싸지 않았고
나는 원 밖의 사람처럼
멍하니 그 안을 응시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물은 다시 잔잔해졌지만
나는 아직
멀어지는 파장의 소리를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