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없는 방>
밤이면 나는 책상 위 천체도를 펴고 앉는다. 별자리들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 모두 제각기 흩어졌고 어두운 바다는 하늘로 스며든다. 이제 더는 어디가 북쪽인지 알 수 없다. 어머니의 마지막 기침 소리도 잦아들었고 손끝에서 느껴지던 무언가도 사라졌다. 나는 방향을 잃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오래된 울음을 혀끝에 얹고 앉아 있다.
남쪽은 어릴 적 지우고 싶던 얼굴의 각도였고, 지금은 기억조차 흐릿하다. 빛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그림자였다는 사실도 이제는 놀랍지 않다. 나는 추 없는 시계처럼 무언가를 세지 않고, 세지 못하고, 그냥 흘러간다.
사라진 산맥의 주름 대신 나는 손으로 공중을 더듬는다. 지도가 없으니 길도 없다. 그저 손끝으로만 확인한다. 여기가 바다인지 사막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지. 그럴 때마다 무언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고개를 돌려보지만 정적만이 나를 내려다본다. 바람조차 없는 그 방 안에서.
나는 바닥에 선을 긋는다. 좌표 없는 자리 위에 말라버린 점 하나를 찍는다. 그러면 그 작은 점은 나를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떤 바늘도 그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천천히, 방 안의 공기가 젖어간다. 빛도 없고 소리도 없다.
그리고 나는 다시 천체도를 덮는다. 이미 찢어져버린 자리, 그곳에 이름을 남기려다, 문득 손을 멈춘다. 이름이 무슨 소용일까. 이 방은 무중력이다. 그리고 나는 떠다닌다.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