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별, 피어난 만남

한국에 머물고 있어요

by 하늘

삼촌이 상주를 보고, 큰 오빠와 작은 오빠도 함께 상주를 보았다.

오빠들도 분명 할아버지와 함께 컸는데, 장의 이틀 째부터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아무렇지 않게, 조문객들을 맞이했고, 밖에 밥도 먹으러 나갔다.

엄마와 삼촌이 "하늘이 너도 오빠들 따라 먹고와"라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슬픔보단 장례식장의 특유의 냄새 때문에뭘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몇번이나 거절을 하고, 오빠들끼리 먹으러 나갔는데

잠시 후에 검은 상복을 입은 나에게 오빠 친구가 다가왔다.


"하늘씨죠? 세진(큰 오빠)이가 데리고 오라는데.."


아무래도 자기들끼리 먹다가 이틀 꼬박 한끼도 먹지않은 내가 신경쓰였나보다.

밥을 먹지 않아 나도 어지러워지던 차라,

못이기는 척 오빠 친구를 따라 장례식장 근처 갈치조림 식당으로 갔다.


거절 했던게 너무나 민망할 정도로, 밥이 너무 맛잇었다.

반 공기 쯤 먹었을 때 정신 차려보니 큰 오빠와 작은 오빠는 둘이 술 마시느라 정신이 없고,

이 오빠 친구란 사람이 내 갈치를 발라주고 있었다.


왠지 이 사람이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갈치를 발라줘서 고마운 마음에 그런가?

어떠한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에 그냥 다시 갈치나 먹었다.


갈치 오빠는 큰 오빠가 대학교 유학 시절 만난 대학교 동창이라고 했다.



다음 날, 발인하는날.


발인날은 정말 최측근 친인척들만 보통 오는 날이라고한다. 간만에 친인척들만 모여 단촐했다.


할아버지는 화장을 하기로 했는데, 화장을 하기 전 생전에 사셨던 집에 한번 들르기로 했다.


할머니가 지금 요양사 선생님과 계시는 집.

3일 전까지 내가 있었던 집.


할아버지가 지방에서 올라오시며, 서울에서 사신 집이다.

할아버지는 항상 증조할아버지께 일절 지원없이 지방에서 올라오셔서 자기가 일궈내신 이 서울집을 자랑스러워하셨다.


삼촌이 집에 도착하자 통곡을 했다.

삼촌이 우는 모습을 처음봤다.


유일한 '아들'. 할아버지가 유독 이뻐하던 삼촌.


한참 눈이 퉁퉁 부을정도로 울고나, 화장터에 도착하니 어제 그 갈치 오빠가 또 보였다.

알고보니 아까부터 관을 들어주고 있었다고 한다.


6명이서 드는데 2명은 '종손'인 큰 오빠 측근들이 들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니 우리집도 참 올드하다.


화장터에 도착해, 화장을 하는걸 볼 수 있는 전면 유리가 있는 방에 들어가서, 할아버지를 지켜보았다.

인생이 너무 허무했다.

그렇게 열심히 사셨던 모두에게 존경 받던,

너무나 사랑하던 할아버지가, 마지막 대화도 제대로 못해보고 저렇게 되는 것을 보고 너무 허무했다.


나는 막내인데, 순리대로라면 앞으로 내가 위에 사람들이 이렇게 가는 모습을 다 봐야하는구나.


작은 오빠가 '천수를 누리다 가셨어, 슬퍼하지마' 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태연한걸까 태연한척 하는걸까.


그렇게 할아버지와 영원히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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