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그렸던 나라, 라오스
참 오랜만에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정확히 말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떠나는 '첫'여행
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라오스를 보고
언젠가는 꼭 가고 싶다,라고 생각이 들었던 곳
생각만 하다가 그다지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로 라오스를 가게 되었다.
여행의 목적이 이유와 연관은 없었지만,
그로 인한 이유로, 혼자 떠날 수 있었다.
기내식으로 나온 도시락은 차가웠지만
라오스로 가는 시간은 기대와 설렘으로
천천히 데워지고 있었다.
비엔티안으로 가는 비행기, 노부부 옆자리에 앉았다.
정확히 말해, 노부부까지는 아니었고, 딱! 우리 부모님 정도의 분들.
첫인상부터 좋았던 분들,
비행기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자식을 모두 키우고, 손자 손녀까지 조금 돌봐주시고 지금은
두 분이서 여행을 많이 다니신다고.
동남아와 유럽의 대부분 도시는 가 보았고
홍콩, 미국, 호주 등등 나보다 훨씬 많은 여행을 하셨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자유여행을 가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하시던 아버님.
그와 상관없이 더 많은 곳을 함께 하고 싶으시다던 어머님.
20대 후반인 나와 2시간이 넘게 얘기를 하셨는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정말 젊게, 청춘을 즐기고 계셨다.
다음날 방비엥으로 이동하신다고 하셨고,
나도 이동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꼭 방비엥에서 우연히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사실, 연락처를 여쭤보고 나중에 꼭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방비엥에서 우연히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이 좋았다.
약속이 아닌 우연으로, 자연스럽고 그렇게 더 반갑게.
공항에 도착해서는 택시를 타고 비엔티안 시내로 이동해야 한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택시비를 절약하려고 시내까지 동행을 구했다.
한 명이 연락이 되어서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인천공항부터 연락이 어긋나
동행할 사람이 없었다.
공항에서 그냥 아무나 잡고 같이 가자고 해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대부분 패키지 여행객이라 혼자 온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저기 멀리서 혼자 온 듯한 친구가 보여서 말을 걸었더니,
알고 보니 원래 나와 동행하려고 했던 친구, 범석이었다.
다음날 방비엥 이동도 같고, 나이도 똑같아서 더욱 반가웠다.
숙소 위치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다음날 아침에 만나기로 했다.
숙소는 미리 예약해둔 아발론 B&B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숙소.
1박 6$의 아주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다.
밤늦게 도착해서 잠만 잘 예정이라,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로 찾았는데
아주 만족, 나중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그렇게 라오스에서 첫날밤이 지났다.
비엔티안에서 방비엥으로 넘어가려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한국에서 예약하려고 봤더니 2만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알고 보니, 현지에서 그냥 버스를 예약하면 보통 5만낍(약 6천원)이라 현지에서 예약하기로!
숙소에서 예약을 했는데 4만낍, 가장 저렴하게 했다.
첫날 아침에 범석이를 만나 환전, 유심칩, 아침 등등 여러 가지를 해결하려 했는데
유심칩이 없어서 인터넷이 되질 않아 연락하기가 힘들었다.
서로의 여행에 방해가 될까 봐 그냥 방비엥에서 만나기로!!
해외여행하면서 유심칩을 사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여행하기 전 많은 조사와 어느 정도 길을 보고, 또 저장해서 갔기 때문에
딱히 인터넷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은 정말 조사한 게 없고,
혼자 하는 여행이다 보니 약간의 '겁'이 나서 유심칩을 꼭 사야 했다.
그렇게, 지도하나 없이 은행과 통신사를 찾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
아침도 먹지 못하고 방비엥행 버스에 올랐다.
방비엥으로는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나는 미니벤)
비수기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이 정말 많았다.
내가 미니벤을 타고 다른 탑승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연결된 자리가 없어서 한국인 커플이 떨어져 앉게 되었다.
내가 자리를 바꿔 드렸더니, 고맙다며 바나나를 하나 주셨다.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너무 배가 고팠는데 바나나 하나가 그렇게 감사했다.
혼자 온 나를 위해 종종 말도 걸어주셨다.
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난 탓에 피로가 풀리지 않아 많은 대화를 하진 않았다.
아직 내가 기대했던 라오스의 모습은 아니다.
도로를 지나면서, 그동안 여행했던 흔한 동남아의 모습.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넘어갈 때 '도요타벤'을 타고 이동했는데
그거에 비하면 아주 좋지 않은 벤이지만,
뭐가 그리 중요할까.
벤에서 티켓을 얼마주고 샀냐고 다른 여행자에게
물어보던 친구가 생각난다.
자기는 6만낍을 달라고 하길래, 5만5천낍으로 깎아서 탔다고,
누구는 6만낍,
누구는 5만낍
4만낍인 나는 조용히 있었다.
가격이 다르자 그 친구가 웃으며
'Here is LAOS'라고 외쳤다.
그래, 여기가 라오스인데 벤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그래도 도요타벤이 편하긴 하다 헿)
중간에 도착한 휴게소(?)
간단한 먹을거리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화장실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
배가 고파서 간단하게 먹을게 뭐가 있나 보던 중, 꼬치구이가 있어서 사 먹었다.
한 개에 5천낍, 약 6백원?
그냥 닭꼬치 같다.
동남아에 오면 생과일주스를 많이 먹게 된다.
아무래도 과일이 저렴하고 달아서 맛있다.
아까 한국 커플이 줬던 바나나가 생각나서,
나도 보답을 하고자
바나나 주스를 사서 드렸더니 엄청 더 고마워하셨다.
그렇게 아직 2시간여를 더 달려서 도착한 방비엥,
방비엥에서 머물기로 한 곳은, 방비엥인 게스트하우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한인 게스트하우스이다.
결과적으로 대만족+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방비엥인 게스트하우스.
따로 또 포스팅을 해야지.
방비엥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비엔티안에서 만난 범석이를 만났다.
범석이도 여기서 머물기로!
내가 체크인을 할 때, 같이 체크인을 하시던 분이 있었다.
역시, 계속 여행을 같이한 근혁이형(원장님)
범석이, 근혁이형과 서로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체
혼자 왔다는 이유로 금세 친해졌다.
아직 존댓말을 쓰며 서먹서먹했지만,
이미 친해진 기분, 계속 함께할 것 같은 기분.
방비엥에 도착해서 편한 바지와 티셔츠 모자 등등 필요한 이것저것을 사고
방비엥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샌드위치를 하나를 사서 나눠먹었다.
조금만 있으면 저녁시간이라 간단하게 간식으로 먹고
저녁을 먹기로!
시간이 조금 남아, 그냥 걸었다.
다행히, 셋 다 딱히 계획을 하지 않은 여행이라,
그냥 아무 곳이나 갔다.
계획이 없었으니, 길을 잃어도 상관없다.
계획이 없었으니끼, 길을 잃어도 잃은 게 아니었다.
그렇게 방비엥에서 열심히 길을 잃으며, 범석이가 찾은
'스마일비치'
방비엥 여행 내내 매일 가게 되었다.
시원시원한 강물이 흐르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튜빙과 수영을 하고 있었다.
비어라오를 한 병씩 손에 들었다.
'우와 여기 진짜 좋다'
'나중에 우리 또 와요'
아직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왜 여행을 왔는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다음 여행을 같이 계획하고 있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오기 전에 이미 친해진 사람들 + 오늘 혼자 온 여행자들이 모여 밥을 먹으러 갔다.
[삼겹살 샤브샤브, 방비엥 피핑쏨]
삼겹살은 위에서 구워 먹고, 밑에는 샤브샤브 처럼 육수에 채소들을
넣어서 먹는 방비엥 맛집.
비어라오 한 잔과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
혼자 왔는지 친구랑 왔는지
어디를 여행했는지
어디를 여행할 것인지
며칠 동안 여기에 머무는지 등등
여행 가면 흔히 나누는 대화들이지만,
여행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상대에 대한 관심 가득한 질문들과,
듣는 사람에게도 말하는 자신에게도 설레는 그런 대답들로
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즐거운 식사 후, 다 같이 방비엥에서 가장 유명한
'사쿠라바'로 향했다.
저녁이 되면, 모든 여행자들이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쿠라바'
하지만, 내가 여행할 때는, 다른 술집이 많이 생겨서
여러 곳으로 모두 흩어지는듯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여러 가지 액티비티를 하기로 해서,
한잔하고, 조금 즐긴 후에 방으로 갔다.
아직은 라오스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여행을, 좋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가득 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