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라오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아침부터 나섰다.
숙취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해장을 핑계로 꼭 먹고 싶었던
카오삐약을 먹으려고,
나영석 PD가 왔다 가서 유명해진 카오삐약(쌀국수) 맛 집.
숙소와 너무 가까워서 좋았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볶음밥이 더 맛있었다.
베트남 쌀국수랑은 비슷한 듯 다른, 카오삐약
엄청 맛있다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3일 아침 중 이틀의 아침을 책임져 주었다.
오늘 밤에 와야지,라고 생각했던 가게를 지나
전날, 근혁이형과 범석이와 갔었던
스마일 비치로 향했다.
우리는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지만,
두 번째 갈 때는 아는 길로, 동행하는 사람들(방비엥인팸)을 안내했다.
방비엥에서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과 하루지만, 이때부터 제법 가까워졌다.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이모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여행.
동남아와 유럽 등을 혼자서 하는 여행.
목적지는 정해져있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는 원장님의 여행.
나중에 먼 곳을 여행하기 위해 예습처럼 떠나는 여행 등등.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여행은 즐겁다.
처음엔 둘이었다가, 셋이었다가, 여섯이었다가, 그렇게 여러 명, 다시 혼자가 되는.
아무렇지 않다.
마치, 미리 만날걸 알고 있었고, 만나기로 했던 것처럼 만나 여행하고,
마치, 미리 헤어질걸 알고 있었고, 헤어지기로 했던 것처럼 헤어진다.
다들, 다시 어디론가 떠나,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혹은, 새로운 여행지에서 그들을 다시 만나는 그런 여행을 하고 있다.
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한 여행들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고, 할 것이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쉽게
만나고 헤어질 수 있을까.
스마일비치에서 한참을 쉬었다.
그동안, 같이 여행하던 누나는 엽서를 쓰고 있었다.
이런 곳에 오면 감성이 풍부해져 엽서를 쓰곤 한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엽서를 쓴다는 여유는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다.
그 모습이 멋지고 예뻐 보여 몰래 찍었다.
(누나 초상권은 없어요)
방비엥에서 열심히 액티비티를 하기로 한 날이다.
오전 일정은 취소하고 휴식을 취했고, 오후에 떠났다.
영화, 드라마 아니 만화 속에 나올 법한 풍경을 계속 지났다.
만화 속에 나올 법한 풍경을 지나, 다시 만화 같은 풍경 속으로 왔다.
이런 곳에서, 짚라인을 하게 된다.
어디선가 짚라인을 할 때, 시작점으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면
왜 이동하는 차가 없는 건지
리프트 같은 건 없는지 따져보겠지만,
괜찮다, 여기선.
이런 경사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럴 땐, 이런 사진을 찍어주면 된다.
옹기종기 잠시 팀을 이뤄
누가누가 높이, 동시에 뛰나
그래서 멋진 사진을 찍는지, 승자와 패자가 없는 시합을 한다.
짚라인은 기대했던 액티비티여서 풀코스로 했다.
6개의 라인 혹은 8개의 라인을 타는 게 아닌
12개의 라인을 모두 타게 되는 코스.
짚라인 자체는 7개 정도 하면 지루해진다.
하지만, 12개의 라인에서 보이는 서로 다른 풍경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모든 코스를 다 타고, 점심을 먹었다.
밥은 식었지만, 역시
땀내고 놀고먹는 밥은 뭐든 맛있다.
그리고는 다시, 향했다.
똑같은 풍경이지만, 똑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숙소로 향했고, 잠시 휴식 후
시크릿라군으로 향했다.
시크릿라군은 방비엥에 있는 블루라군중 하나다.
이렇게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
물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놀랐지만, 금방 적응하고 놀았다.
다이빙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그 속에서 방비엥 중학생 친구들의 일상을 보았다.
학교를 마치고 옹기종기 모여서 이곳으로 왔다.
너무나 그 모습이 예뻤고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중학생들은 이 시간이면, 학교가 끝나고 다들 학원으로
여기저기 흩어질텐데
라오스의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인다. 우리가 하는 여행 처럼.
그 모습이 예쁘고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여행이
그들의 일상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는지, 망가뜨리고 있진 않은지 걱정이들었다.
물놀이를 하고는 숙소로 향했다.
우리와 다른 그룹의 사람들은 버기카를 이용해서 왔다.
그리고, 숙소를 갈 때는 우리의 툭툭이 뒤를 쫓아서 왔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몇 장 찍어두었다.
저녁을 먹기 전, 몇몇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고
범석이와 로띠에 맥주 한잔하기로 했다.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
누텔라와 코코넛가루
잠을 자지는 않았지만 피로가 다 풀리는 듯했다.
방비엥에서 또 유명한 뽈살을 먹으러 왔다.
다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몇몇 사람들은 앉아서 먹고
우리는 포장해서 다른 곳에서 먹기로 했다.
'아더사이드'라는 곳에 가서, 포장해온 뽈살과
몇 가지 음식을 더 시켜서 먹었다.
며칠 동안 말을 정말 많이 했다.
원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우연히 같은 청주, 바로 옆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를 만났다.
물론, 모르던 사이.
성격이 굉장히 비슷해서(나만의 생각이니)
대화가 잘 통했다. 정확히 말해, 장난이 많이 통했다.
그래서 장난을 치고 얘기를 하느냐고 말을 평소보다
더더더더 , 더더더더더 하느라 목이 쉬었다.
그래도 끊임없이 떠들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하고, 또 술을 마시고, 또 얘기를 하고.
전날 갔던, '사쿠라바'로 다시 향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여행을 한 건지
여행을 하다 보니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난 건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클럽의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 잠시 있다가 나왔다.
그러다 첫눈에 반한 아이와 사진을 찍고
라라랜드라는 곳으로 향했다.
조용한 Bar인데 옆 테이블에 유럽인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 명이 작은 무대 쪽으로 나가더니, 우쿨렐레 하나를 손에 들고 노래를 불렀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좋았다.
여행도 익숙해지고, 라오스도 익숙해지고, 사람들도 익숙해지고
하루하루 흘러가는 아쉬움만 커지고 있었다.
라오스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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