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둘째는 속이 자주 안 좋습니다.
조금만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바로 화장실행이에요.
하지만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은 늘 둘째를 유혹합니다.
어제는 함께 삼겹살을 먹었어요.
배에 기름칠을 잔뜩 하고는 조금 쉬고 싶었지만
막내의 칭얼거림에 저는 아이를 등에 업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슬슬 아파옵니다.
둘째 배가 아니라 제 배가요.
이제 막내가 거의 잠든 것 같은데, 저는 더욱 견딜 수 없어집니다.
오징어처럼 몸을 배배 꼬며 둘째에게 자리를 정돈해 달라 부탁합니다.
막내를 눕히려는 순간, 아이가 움찔합니다.
'아직 잠이 덜 들었나..'
식은땀을 내며 다시 오징어처럼 몸을 꼬아봅니다.
그런데 이때 우리 둘째가 감동적인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엄마, 그냥 눕혀. 아기 깨도 놔두고 그냥 들어가."
하아... 이 어찌나 위기 속에 빛나는, 든든하고도 감동적인 멘트인지요.
옆에 누워서 토닥여달라고 부탁한 후 저는 나만의 공간으로 수욱 들어갑니다.
방안이 조용한 걸 보니 둘째가 막내를 잘 토닥이고 있나 봅니다.
하지만 모든 행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저는,
둘째의 행방이 묘연함을 알게 됩니다.
거실로 나와 첫째에게 둘째가 어디 갔는지 묻습니다.
"배 아프다고 화장실 갔는데?"
아하.... 둘째의 속이 바로 저를 닮은 것이었군요.
불편한 속을 물려줘서 조금 미안합니다.
이 미안함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요...
그렇죠?
아무래도 그만큼 뱃속이 편안한 음식을 많이 제공해 주는 방법밖에는...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