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우리 집 셋째 아이의 생일이었습니다.
큰 아이들과 나는 하루 앞선 토요일, 생일축하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고 선물을 주기로 하였지요.
첫째는 마트 문이 열리는 시간이 되자마자
걸어서 마트를 다녀왔어요.
첫째와 둘째가 그간 모아둔 용돈으로
동생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거든요.
둘이 합친 돈을 가지고
첫째가 대표로 마트를 방문해
무려 7만 원짜리 솜사탕 만들기 기계와
동생이 좋아하는 중장비 자동차를 구매했습니다.
저는 함께 만들 수 있는 케이크 키트와
헐크코스튬 의상을 준비했어요.
함께 케이크를 만들어 나눠 먹은 후에
세 아들은 신나게 솜사탕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아직 어린 넷째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요.)
설탕을 넣고 약 3분이 지난 후
상품에 함께 들어있던 작은 막대로 휘휘 저으면
나뭇가지에 새처럼 날아든 솜사탕이
그 모습을 드러냈죠.
한참을 재밌게 놀고 난 후
저는 기계를 씻어놓았습니다.
그 사이에 친정엄마가 오셔서
싱크대를 더 정리해 주셨고
분리수거에다 제가 가장 꺼리는
음식물쓰레기 배출까지 도와주셨죠.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엔
미역국을 먹으며
온 가족이 다시 한번 셋째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는데요.
저녁 무렵이 되자
아이들은 또 솜사탕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기계를 간단히 조립한 후 솜사탕을 만들려던 첫째가
저를 찾습니다.
"엄마, 여기 들어있던 스푼이랑 막대 못 봤어?"
봤던 기억이 나서 싱크대로 가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그 순간, 분리수거를 해주시려 플라스틱을 모았던
친정 엄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 그거 별 거 아닌 줄 알고 버렸네~"
전화기 너머로 당황한 친정엄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트에서 다시 사주겠다는 말에
그 스푼 때문에 7만 원짜리를 다시 사냐고
핀잔을 줍니다.
실은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기에
마음대로 하지 말고
그냥 한번 좀 물어보라는 게 포인트였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저에게
집에 있던 다른 작은 스푼을 들고 첫째가 말합니다.
"엄마 그냥 이걸로 설탕 넣고
솜사탕은 젓가락으로 만들면 돼"
"아.. 그럼 되네. 할머니 괜히 자책하시겠다"
그러자 첫째가 솜사탕처럼 가볍게 말합니다.
"죄송하다고 사과드리면 되지~~ 사과드리면 돼~~"
맞는 말이기에 곧바로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드려
"엄마 이렇게 하면 되니 괜히 신경 쓰지 마세요~
사과드려요"
라고 하며 아이가 사과드리라고 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친정엄마는 손주가 기특하다고 합니다.
누군가 못난 행동을 할 때면
'아이보다 못하다'라는 표현을 쓰곤 하죠.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이는 원래 어른보다 낫다. 그게 기본값이다...'
아이들은 본인이 잘못한 일을 잘 인정하고
또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나아가 잘못한 사람을, 특히 부모를 잘 용서합니다.
참 지극히도 작은 일에
친정엄마에게 짜증을 냈던,
그래서 찔린 내게
아이는 아주 단순한 솔루션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동생의 생일, 자신이 모아놓은 적지 않은 돈으로
기꺼이 동생의 선물을 사는 아이.
동생과 함께 솜사탕을 만들며 기쁨을 느끼는 아이.
그 아이가, 부모인 나에게
오늘도 배움을 주었습니다.
마음이 찔릴 때는
그냥 사과를 하면 됩니다.
미안하다고. 내가 심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