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 속에 숨겨진 비범한 삶
시골 빈농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
그는 농업기술을 배우러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가, 필수 교양수업에서 문학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문학에 재능을 발견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결국 교수가 되어 평생을 학문에 바친다.
첫눈에 반한 여인 이디스와의 결혼은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부잣집 출신인 아내는 남편의 가난한 배경을 혐오했고, 그들의 결혼생활은 차갑게 식어갔다. 그나마 딸 그레이스가 태어나면서 스토너는 또 다른 행복을 찾는다. 육아에 소홀한 아내와 달리, 그는 매일 퇴근 후 사랑하는 딸을 돌보며 소소한 기쁨을 맛본다. 자신의 논문이 책으로 출간되는 작은 성취도 그에게는 값진 순간이었다.
삶이 그에게 안긴 시련들
하지만 스토너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동료교수 로맥스와 불화가 생기고, 이는 그의 교수 커리어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설상가상으로 아내 이디스는 '훈육'이라는 명목 하에 딸이 아버지에게 가지 못하도록 막아선다. 집에서 연구하는 아빠에게 방해가 된다는 핑계였지만, 실상은 부부 사이의 감정적 보복이었다.
그런 그에게 젊은 강사 캐서린과의 만남은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두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했지만, 나이 차이가 큰 사제 지간의 불륜이라는 현실의 벽은 높았다.
결국 캐서린은 스토너를 위해 스스로 다른 학교로 떠난다.
학과장이 된 로맥스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스토너를 더욱 집요하게 괴롭힌다. 초보 강사나 맡을 법한 신입생 입문학 강의를 배정하고, 서로 동떨어진 시간대의 수업을 강의로 배정하는 등 온갖 부당한 처사를 일삼는다. 그러나 스토너는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강의를 성실히 수행해 나간다.
마지막 순간까지
60대 중반, 스토너는 말기 암 판정을 받는다.
병 소식을 들은 딸 그레이스가 찾아와 아빠에게 그간 가까이 가지 못했던 미안함을 고백하지만,
스토너는 담담히 받아들이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주인공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이 거의 없다.
가업인 농사를 잇기를 바랬던 부모의 기대를 저버렸고,
첫눈에 반해 결혼한 부인은 결혼 직후 변심해 원수처럼 대했다.
하나뿐인 딸마저 아내에 의해 빼앗겼고,
사소한 일로 삐친 동료교수는 평생에 걸쳐 그를 괴롭혔다.
새로운 사랑을 만났지만 그것은 불륜이었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평범함이 주는 깊은 울림
이 소설에는 자극적이거나 매력적인 스토리가 없다.
통쾌한 복수도, 반전의 결말도 없다.
재미는커녕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주인공의 사연이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그런데, 아니 그래서 이 작품은 특별하다.
답답하면서도 읽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어두운 매력이 있다.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우리는 삶의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
먹먹함 끝에서 발견한 희망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먹먹함과 허무 속에 파묻혀 지냈다.
하지만 그 먹먹함의 끝에서, 역설적이게도 삶의 희망을 발견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부당한 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살아간 스토너의 모습에서, 나는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해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결국 우리의 삶도 스토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평범하고 때로는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토너』는 그런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추천한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