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

by 김문

시린 바람에 외투를 단단하게 닫는다 개미들 오래된 벚나무 밑을 열심히 오가는 중이다 벚꽃잎과 봄눈이 하얗게 내리는 폭력적인 사태에 대해 새들이 큰소리로 토론을 벌인다

봄이 왔으나 아직은 겨울인 계절에서

눈과 봄꽃이 흩날리는 풍경을 숨어 구경하는 시선들이 있다


굳게 닫힌 입 속에 총칼을 숨겨두고 노려보는 눈은 가늠쇠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너는 눈물을 장전하고 있었다 시끄럽고 풍요로운 카페 안의 풍경 속에 기억은 너와 나만 남았다

사랑해 사랑해

아무래도 서투른 고백은 언제나 너무 늦고 늙고 지퍼 속에 숨어

도착증 환자처럼 기억을 탐닉한다

울어야 했을까

욕을 할까

정답이 있기는 할까

지퍼를 내리고 한기를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떤다


봄꽃과 눈은 폭력을 행사하며 흩날린다

달아난 잠을 잡기 위해 눈을 감고

그럼에도 그 속에서 하얀

하얀 풍경이 새들과 함께 떠들고 있다

눈과 벚꽃이 날리다니

말세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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