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건염

by 김문

석회의 전염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뻑뻑한 손목이 잠을 깨웠다 웃자란 종유석이 비명을 지르는 밤 백야는 멀리 있지 않았고 그런 날이면 사할린으로 간다 태극기를 품에 지녔던가 밀입국하는 무국적자의 입장에서 태극기라니 소금기가 퍼석이며 떨어지는 웃음이 시절의 꽃으로 검게 피고 있었다

하천의 물 썩는 냄새에도 철새는 때 되면 날아 들었다

외벽의 페인트가 다 벗겨진 빌라

계단마다 눌러붙은 비명들

왜 밟아 왜 밟아 소리치는 계단을 뒤로 하고

녹슨 대문을 뻑뻑하게 열면


철새 떠나고

지워지지 않는 비명

흘러넘치는 눈물

검게 피어버린 욕설 같은 곰팡이꽃

대도시의 풍경으로 물든 낡은 빌라 위로

백야가 온다


뿌연 먼지 사이를 달린다

새벽이 만들어낸 매캐한 냄새가 폐부를 찌르고

손목에서 계속해서 자라나는 종유석은

피부를 뚫고 나올 지경이지만

목적지는 분명해서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날들을 등에 짊어지고서

간다

고통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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