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
승선 생활을 하게 되는 선원들에게 가장 괴로운 일은 승선 생활에 따른 고독감이나 날씨 따위가 아니다. 식구들이나 지인들과의 유대가 느슨해지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가장 괴롭고 어려운 일이지. 행여 가족이나 지인 중 아픈 이들라도 생기면 속수무책으로 발만 동동 구르게 되는 상황. 해상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런 일들이 습관처럼 변한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답답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선원들이 얻기 가장 어렵지만 늘 꿈꾸는 것이 그런 인간관계들이 끈끈하게 지속되는 것이지.
사진은 배로 날아든 낭보(외아들의 공무원 시험 합격소식)에 즐거워하고 있는 갑판장.
햇수로 40년째 승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베테랑에 좀처럼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지만 즐거운 소식 앞에 어느새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했다.
함께 할 수 없어도 늘 함께하길 꿈꾸는 이들, 그들이 바로 뱃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