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배웠지만 헷갈리는 일들
처음 배에 승선하게 될 때, 이미 많은 이들은 선배들이나 교수님, 선생님들께 상당한 정보를 얻어서 올라오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승선했을 때 만나는 일들은 조금씩 다르곤 하죠. 이것은 승선하고 있는 선박의 선장님이나 선배 항해사들의 취향(?)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승선하는 배가 다루는 화물의 차이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죠. 실항사 때 배워두는 일들이 결국 3등 항해사, 2등 항해사의 업무로 바로 연결되는 것 역시 바뀌지 않습니다.
1등 항해사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이 주니어 때 배운 일이 기초가 되는 것은 맞지만 실항사 때는 어떤 일을 하는지 정도만 파악해두고 실제 정식 항해사가 된 후에 1항사 업무에 대해 익히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실항사가 일항사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거든요 - 이것은 사관들 중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이와 책임이 아예 없는 자리에서 오는 관계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실습기관사(AE : Apprentice Engineer)와 관련된 이야기도 적고 싶지만 솔직히 그쪽은 제가 가진 지식이 너무나 짧아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잡다한 일들은 마찬가지일거라 생각되네요.
알다시피 실항사(AO : Apprentice Officer)는 항해사의 업무를 배우는 실습생 신분입니다. 기초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실전 경험(?)은 없는 상태로 보는 것이 딱 맞는 얘기죠. 일을 배워가는 입장이니 그 어느 선배 항해사들도 무거운 책임을 지울리 없는 그런 자리죠.
어느 배를 올라가도 대동소이한 것이 처음 올라온 실항사는 갑판장과 함께 갑판을 돌면서 Day Work에 대해 배우고, 이후 1,2,3등 항해사와 함께 당직을 서면서 항해 당직, 정박 당직과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기기와 업무에 대해 익히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대부분의 선장님들과 일항사들은 당장 실습을 마치면 3등 항해사의 업무로 이어지는 특성상 주로 3항사 업무에 대해 중점적으로 교육의 방향을 맞추게 됩니다. 따라서 이 글도 3항사와 2항사의 주니어사관 업무와 잡다한 이야기를 위주로 적어두도록 하죠.
먼저 승선하기 전에 스스로 원하는 공부가 있다면 그에 대한 정보들을 - 책이든, 데이터든 -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공부용 교재나 상급 자격증 취득용 데이터 등도 해당되겠죠. 최근 들어 항해사의 업무 중 중요한 역할 차지하는 것이 문서작업(Paper Work)인 경우가 많으니 MS OFFICE(특히 엑셀!)와 같은 프로그램을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배에 올라가면 배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업무와는 관련 없지만 하드디스크에 이런저런 데이터(영화, 드라마 등)들을 채워서 올라가는 것도 가장 처음 올라간 배에서 다른 이들과 얼굴 트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죠. 또한, 만약 노트북을 가져가게 된다면 노트북에 바이러스 백신은 최신화시켜서 가져가는 것을 권합니다.
배의 특성상 사람들 사이로 하드디스크가 돌아다니고 아예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개념 자체를 모르는 어르신(?)들도 계신 관계로 컴퓨터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최소한 가져가는 컴퓨터의 백신을 최신화해두면 그 이전에 감염된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안전하게 지낼 수 있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꼭 승선할 때 가지고 가는 노트북의 바이러스 백신을 최신화해두세요! (대단히 중요)
처음 승선하게되면 백에 아흔아홉은 DAY WORK를 돌게됩니다. 승선하게 될 배가 노후선이면 그만큼 많은 일을 하게되고 신조선이 되면 조금 일하게 될거라는 착각(?)도 들지만 결국 실항사에게 이런저런 일을 시키고픈(?)선배 항해사들은 결국 어떤 상황이 되도 일을 안겨주게 될테니 그냥 사서 고생하는 것으로 마음먹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DECK로 나가면 일항사나 갑판장의 지시에 따르게 됩니다. 청락작업(깡깡이), 도색작업, 화물양하 후 선창청소 등이 주가 되는 일인데 해수나 청수로 청소하는 작업 - 물에 젖게 되는 작업 - 이 아닐 때에는 작업복 주머니에 수첩과 볼펜, 잘보이게 표시할 수 있는 붉은 색 페인트마커를 휴대하는 것을 권합니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늘 잘 기억할 것 같아도 까먹는 경우가 많으니 작업을 나가기 전에 받게되는 지시사항이나 그 날 해야할 일을 메모하고 틈틈히 확인하는 버릇을 가져두면 실수를 줄이고 지적(?)을 피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선내 문방구는 3등항해사가 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으니 소용되는 물품들을 주지않았다면 꼭 달라고 요청해서라도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DAY WORK시에는 DECK에서 3등 항해사가 되면 담당하게 될 소화기와 소화전 등 FFA(Fire Fighting Appliance)들과 2등 항해사의 업무인 구명환(Life Ring),구명벌(Liferaft), IMO symbol 등을 주의깊게 살펴두시는 것을 권합니다. 특히 황천항해 후에 유실되는 경우도 많고 해수로 인해 변색, 파손되는 일도 잦은 물품들이니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라면 수첩에 메모해두었다가 상태에 대해 선배 항해사들에게 알려주기만 해도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뭔가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일이 있다면 가까이 있는 부원들에게라도 물어보시길, 유일하게 모든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볼 수 있는 직책이 바로 실항사니까요. 또한, DECK를 돌아다니면서 늘 주변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살펴보는 것도 권합니다. 노후선의 경우, 유압계통에서 기름이 흘러 나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죠. 조금이라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은 메모해두고 보고해두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3등 항해사는 항해당직(08:00~12:00, 20:00~24:00)과 정박당직(06:00~12:00, 18:00~24:00)을 담당하게 되고 선박의 FFA(Fire Fighting Appliance)와 정박시에 선교에서 선장님을 보좌하는 업무를 맡게 됩니다. 양현 쪽에 비치된 Fire Fighting Plan을 최신화하는 업무 역시 3항사의 주요업무 중 하나이며 매달 선내의 모든 소화장비를 점검하는 역할도 맡게됩니다. 실항사의 경우 3항사를 보조하게 되면 가장 신경을 쓸 부분이 이 부분이기도 하죠.
소화기의 종류(FOAM, CO2, CHEMICAL....)와 그에 맞는 점검방법을 알아두고 소화훈련시에 소화전 호스에서 물이 새거나 정상적인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를 보면 메모 - 어느 위치의 소화전인지 확실히 표시하여 - 해두었다가 알려주어야 합니다. FFA의 정상작동 여부는 최근 들어 모든 항만에서 PSC(PORT STATE CONTROL)검사시에 가장 중점을 두고 살피는 부분이며, 화재 발생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만큼 승선하고 있는 모든 선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비상소화펌프나 비상조타기의 작동방법도 숙지해두어야 합니다 - 모든 선원에게 강제되는 부분임 - 선내 비상배치표와 소화기 메뉴얼, 항해장비의 메뉴얼들도 시간이 나는대로 살펴보고 기억해두면 큰 도움이 됩니다.
항해당직중에는 해도에 선위를 표시하는 일을 시키지 않더라도 계속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ECDIS만을 장비한 선박도 있겠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선박들은 ECDIS의 Back up으로 기존의 Paper Chart들을 사용하고 있으니 선위를 빠르게 표시할 수 있도록 숙달시켜두는 것이 좋겠죠.
또한, 매 당직 시간마다 GYRO ERROR를 구하는 일도 익숙해지도록 자주 해두어야합니다.
입출항시에는 3항사가 작성하는 Bell Book을 살피고 익숙해지면 3항사 대신 적어보는 것도 나중을 위한 대비가 됩니다.
평상시에 3등 항해사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업무가 약국/병원 관리입니다. 실항사들에게 가장 많이 시키는(?)일 중 하나가 될 것이 확실한데요, 늘 약국의 MEDICAL LOG를 살펴보고 가장 많이 소용되는 의약품이 무엇인지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DECK 작업이 많을 경우 물파스나 파스의 소요가 많고 - 특히 나이든 직장들은 거의 붙히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기온이 바뀌는 시기에는 두통약이나 종합감기약의 소요가 많으니 보급을 받을 수 있는 항구에 가기 전에 미리 약품의 보급에 대한 준비 - 보급신청서 작성 - 를 마쳐두는 것 역시 필요하겠죠.
또한, 3항사가 신경을 써야할 부분입니다만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 위험구역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말라클로와 같은 말라리아 예방약을 준비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적당한 기간을 두고 전 선원에게 구충제를 복용시키는 것과 같은 소소한 일들도 있으니 그때그때 신경 써주시면 됩니다.
3항사가 말하지 않더라도 병원/약국은 늘 청결하고 정리정돈된 모습으로 유지하시길.
또한, 3등 항해사의 업무 중 뺄 수 없는 것 하나가 선내 면세점(BONED SHOP)의 관리입니다. 선박에 따라서 조리장이나 조리수가 관리하는 곳도 있으나 최근에는 거의 모든 Ocean Going 선박에서는 3등 항해사가 담당하고 있죠. 판매를 담당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선원들의 needs를 어느 정도 파악해두면 업무를 돕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2등 항해사는 항해당직(12:00~16:00, 00:00~04:00)과 정박당직(12:00~18:00, 00:00~06:00)을 담당하게 되고 선박의 운항장비와 GMDSS장비, LSA(Life Saving Appliance)의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정박시에는 후부갑판에서 선장님의 order에 따라 정박업무를 맡게됩니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운항관리로 선장님과 의논하여 선박의 운항전반에 간여하는 것이죠. 실항사가 2항사와 함께 항해당직을 서게된다면 아마 '해도의 최신화' 작업에 가장 많은 일을 맡게 될것입니다. 오리고, 붙히는데는 이력이 나게 되겠지만 중요한 것만 알려드리자면, 처음 NTM(Notice To Mariners)을 새로 받았을 때, NP–133A(PAPER CHART MAINTENANCE RECORD) PART 1 SECTION 1에 있는 NTM 수급 기록에 날짜를 써놓고 몇 주차까지 받았는지 연필로 기록해 주셔야 합니다. 당연히 2등 항해사의 업무지만 나중을 대비해서 함께 상의하며 해두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NTM을 수령한 이후 살펴볼 다음 단계는 해도 및 도서의 NEW EDITION부터 확인하고 새 EDITION이 나온 해도나 도서가 있으면 CHART LIST 및 NP–133A에 표시해두시고 그 중에서 이번 항해에 필요한 해도나 도서는 청구서 작성해서 반드시 수급 받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WITHDRAW된 해도도 잊지 말고 확인해두셔야 합니다. 이때 폐기된 해도 번호와 대체된 해도 번호가 같으면 그냥 EDITION만 바뀐 것이니 따로 기록할 필요 없습니다. 본선에 보유중인 해도 가운데 폐기된 해도가 있으면 CHART LIST와 NP–133A에 표시해둬야 합니다.
폐기된 해도는 새 해도를 받기 전까지는 참조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반드시 잊지 말고 폐기해야 합니다 - PSC검사시에 폐기된 해도가 튀어나온다면....상당히 피곤한 일이 뒤이어집니다 - 폐기된 해도는 배에서 상당히 요긴하게 사용되니 갑판장이나 갑판부원들에게 가져다 주면 됩니다. - T & P NOTICE는 AREA별로 나눠서 파일해두시고 텔렉스를 통해 들어오는 항행경보(NAVIGATIONAL WARNING)는 반드시 AREA별로 나눠서 파일해두도록 합니다.
실항사는 애초 선박의 T/O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역할로 잡혀있는 잉여인원이라는 편견이 강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러저런 일들에 불려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이 Paper work입니다. 주로 선장님의 문서작성을 돕는 경우가 많을텐데 직책이 높을 수록 많은 책임이 지워지는 배의 특성상 선장님의 업무보조는 빨리 처리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출항시에는 다들 자기 일에 매달리느라 바쁜 경우가 많습니다. 따로 지시가 있었다면 그 지시에 따르되 지시를 하지 못할만큼 바쁜 상황이라면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명한(?)선택입니다. 정박할 때는 보통 선교에 머물게 되겠지만 어느 정도 정박이 마무리 되어가는 상황 - Mooring Line이 모두 나간 상황(All Line Made Fast) - 이라면 선장님께 보고하고 현문설치에 매달린 이들을 도우러가는 정도의 눈치는 갖춰두는 것이 좋겠죠. 워키토키가 모두에게 지급될만큼 충분하다면 입출항시에는 꼭 하나를 휴대하고 켜고 다니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정말 상황에 따라서 개미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만큼 간절한 때가 발생하기도 하니까요.
항해당직 중에는 선배항해사의 양해를 구하고 항해가 방해받지 않는 상황 안에서 다른 배들과 교신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 배에 올라온 이들 중 대부분이 자신의 영어실력을 발휘못하게 만드는 영어울렁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배들과 자주 교신을 하다보면 그런 울렁증을 예방할 수 있게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영어권 사관들과의 교신보다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이들과의 교신을 권하고 싶습니다 - AIS를 통해서 상대 선박의 국적등을 먼저 확인하고 - 울렁증을 없애는대는 비슷비슷한 이들과의 대화가 오히려 큰 도움을 준다고 믿었고...실제로 큰 도움을 받았거든요.
선박에 저장되어 있는 Voyage Plan이나 Passage Plan등은 나중에 참조할것을 대비해서 따로 저장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중간에도 적어두었지만 질문은 배우는 자들의 특권임을 잊지마시길 바랍니다. 처음 배에 올라온 실항사가 배에 대해서 박식하고 모르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르는 것은 꼭 물어보고, 물어본 일에 대해서는 꼭 메모해두는 버릇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뭘 모르는 실항사라고 해도 같은 질문을 계속한다면 답답해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두서없이 이런저런 글들을 적게되었는데....그래도 처음 배에 올라가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을 빼먹었는지 계속 헷갈리는데....혹시나 따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시면 제가 알고있는 범위 안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