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비틀즈의 도시
획일적이고 현대화된 모습으로 찍어낸듯이 태어나는 여러 건축물로 채워지는 서울과 달리 세계를 돌다보면 이처럼 아날로그(?)적이고 순박한 모습으로 세월을 견디어내는 수많은 건축물들을 만나게 된다.
디자인 서울을 부르짖으며 동대문 운동장과 피맛골을 밀어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몰개성적인 도시로 서울을 변모시킨 모 인사가 계속 생각나는군. 안필드부터 워털루역까지, 내게 리버풀은 마음에 안식을 주었던 즐거운 도시였다.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그들도 우리처럼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원자력 발전소를 늘이기 보다는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로테르담, 리버풀, 런던더리에 이르기까지 예외없이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 인근을 채우고 있던 풍력발전기들. 사진을 통해보면 몇 개 되지 않을 듯 싶지만 공터라는 공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풍차(?)들이 채우고 있었다. 로테르담 유로포트 항만의 Foreman도 항만의 모든 설비들에 소용되는 전기를 저 발전기들이 대신한다고 자신있게 일러주더군. 덧붙혀 저 발전기들 덕분에 일자리도 많아졌다는 얘기까지.
손쉽게 보다 많은 전력량을 확보할 수 있는 원자력이 아닌 손도 많이 가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는데다 발전량도 원자력에 비해 한없이 딸리는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유럽국가들, 그들이 우리보다 생각이 짧아서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것은아닐 것이다. '빨리 빨리!'를 위해서는 그 어떤 불편함이나 번거로움도 용납하지 않는 속도지상주의, 편의주의를 버리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닌 계속 이 땅에 살기 위해서.
하지만, 잠깐의 리버풀 입항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패럴림픽에 출전한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달아둔 어떤 프랭카드였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만 영웅화시키는 대한민국과 달리 장애를 극복하고 패럴림픽에 출전한 동네친구를 응원하는 이들이 메세지를 꾸미고 지나는 이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며 건투를 빌어달라 했다. 제이미라는 이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모르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그는 멋진 도전자였고 그의 친구들도 그와 함께 그의 경기를 함께 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