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해야 존중받는다.

이유없는 인종차별에 대처하며

by 전재성
_IGP8252.JPG 예전 함께 승선했던 필리핀 선원들. 다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예전 모선박에 승선중일 때 3항사가 베트남 출신이었다. 당연히 베트남에선 상당한 교육수준을 가진 친구였고 왜소한 몸과 달리 일에 대해서도 악으로 똘똘뭉쳐 두어사람 몫을 제대로 하는 열심한 친구였지. 근데 본선의 조리장은 그 친구를 볼때마다 뒤에서 궁시렁거리기 일쑤였다.


평소에도 그런 일이 잦았던 모양인데 직접 내 귀에 들어오거나 내 눈에 띈적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던 어느날, 식기를 반납하고 나가는 뒤통수에 대고 생김새와 덩치를 트집잡아 - 그는 알아 듣지못하는 한국말로 - 미개한 나라 놈이라 참 없이 생겼다는 둥 밥도 더럽게 먹는다는 둥 갑판장에게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어린 주니어사관이긴 해도 조리장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뒷말을 들어서는 안되고 그걸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그 자리에서 갑판장을 올려보낸 다음 그런 식의 판단은 온당한 일이 아니며 열심히하고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관에 대한 모욕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준 적이 있다. 아마 그 일로 내게 못마땅한 일도 많았겠지만 조리장으로써의 최소한의 능력 - 음식솜씨 - 도 가지지못했던 그는 이미 캡틴에게도 찍혀있었고 그 다음 항차가 마무리된 다음 6개월을 채우자마자 하선하게 된다.


능력이 아닌 피부색과 국적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일은 분명 부당하고 해서는 안되는 비겁한 일이다.

오히려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불과 20년사이에 유럽의 강자 프랑스와 무적의 초강대국 미국, 아시아의 최강자 중국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낸 위대한 국민들로 이루어진 위대한 국가로 인정해야 마땅한 일 아닌가. 여전히 존중해야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꽤 많은 듯 싶어서 여전한 씁쓸함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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