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日蝕)이라도 만들어 내려는 것일까?

묘한 모습의 저녁 해

by 전희태
100115-A1_0221.jpg 구름 밖에 해를 가려줄 자연 현상은 없어 보이는데...
100115-A1_0231.jpg <마치 일식을 치루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석양 무렵의 태양 모습>



저녁 해가 떨어지는 모습을 찬란한 노을과 함께 사진 찍어보고 싶은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기에 기회만 있으면 방안에서도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습관이 은연중 생겨버렸다.


저녁 식사시간이 시작될 무렵 큰 기대를 가지고 바깥을 본 것은 아니지만 커튼을 들친 후 보이는 광경에 서둘러서 카메라를 챙겨 들고 브리지로 향하며 달려 올라가며 카메라의 스위치를 바쁘게 ON 시키며 달려 올라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저녁 해가 떨어지는 특별한 모습이 그런 행동을 하게 한 것이다.


혹시 내가 브리지에 올라가는 동안에 좀처럼 볼 수 없는 그 특별한 모습을 놓칠세라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두 칸씩 건너뛰면서 올라갔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수평선 위에 곧 걸쳐질 태양이 그 붉은색을 더욱 붉게 만들어 가며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둥근 모습의 태양 왼쪽 편 안으로 좀 작은 검은색의 둥근 원이 들어서서 가려주고 있어 마치 일식에 참여하여 자신의 일부를 침식당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해의 모습이 마치 터키의 국기 도안에 있는 반달 모양과 흡사히 닮은 상태인데 구름에 가려져 그런 모습이 되었다면 내가 올라오는 동안에 변해진 구름의 위치로 인해 가리고 가려지는 모습이 달라져 있어야 할 건데 계속 같은 모습으로 수평선을 향하여 내려가고 있다.


이제 두툼한 초승달 같은 모양새의 붉은 태양이 수평선에 닿아질 무렵 바로 그곳에 떠 있는 어떤 선박의 실루엣이 마치 태양을 받아들일 형세로 그곳에 닻을 내리고 기다리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바쁜 마음으로 덤비는 상태가 아닌 그냥 내려오는 대로 조용히 받아들일 것 같은 편안한 자세로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소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는 태양을 바라 준 후 어둠이 찾아오게 되면 밤을 밝혀주는 정박등을 환하게 켜기 시작하는 선상의 일상생활에 그 배는 이미 들어서 있음을 갑판상 불빛들로 이미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을음에 그슬려서 불투명하게 만든 유리조각을 눈에 대고 관찰했었던 어렸을 때의 일식 관찰을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 달에게 잡아 먹히던 태양의 눈부심을 막아주던 그을음을 통해 보이던 태양의 가장자리는 손가락이라도 베일 것 같은 너무나 날카로운 끝이 벼려진 모습이었는데 지금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려는 해의 모습은 맨눈으로도 편안히 볼 수 있는 그리고 모질고 날카로운 모습도 지니지 않은 두리뭉실한 상태라 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


갑자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금 저 태양의 모습을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 보고 있는 것 같은 마음에 당직을 서고 있는 필리핀인 일항사에게 물어본다.


그러나 그도 역시 나와 같이 일식이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보고 있었단다.


 -그렇지? 일식 같아 보이지? 그렇지만 일식 현상은 아니야.

하는 응답을 해주며 나 혼자 본 사실이 아니란 걸 확인하며 브리지를 내려온다.


식탁을 마주한 기관장에게 이 저녁의 풍경을 이야기하니 그도 보았단다.


어쨌거나 이런 멋진 풍경조차 우리는 항상 공유하며 살아가는 생활인임을 이럴 때마다 감사해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물어 가는 석양의 태양을 누가 저렇게 동그랗게 도려내고 있었던 건지....  결코 일식 현상은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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