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오랜만에 카푸치노를 마시다 동생이 엉뚱하고 웃긴 추억 하나를 기억해냈다.
어릴 적에 같이 미국에 갔을 때, 인솔해 주시던 한국인 선생님이 까르보나라를 사주신 적이 있다.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화이트소스 파스타라는 걸 알게 되었고, 맛보게 되었다. 빨간 토마토소스가 아닌 하얀 크림소스가 면발을 따뜻하게 덮고 있는 파스타라니!
며칠 후에 우리는 둘만 다시 그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나는 그때 열두 살이었고, 동생은 열 살이었다. 미국인 어른들 틈에 낀 동양인 꼬마 둘. 우리는 서투른 영어로 떠듬떠듬 까르보나라 하나를 시켰다.
그리고 몇 분 뒤, 떨리는 기다림 끝에 웨이터가 다가왔다. 그런데 그녀가 몇 마디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함께 놓고 간 것은 다름 아닌 카푸치노 한 잔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봤다. 그렇게 나와 내 동생은 섭섭하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 달지도 않은 맛없는 커피를 맛보고 그곳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