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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리스 Jan 29. 2023

아저씨

아저씨는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TV에 나오는 서울 맛집 음식들 진짜 맛이서?"(여기서 '이서'는 '있어'의 제주도 사투리다.)

"맛있는 데도 있고, 별로인 데도 많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저씨가 서울에 올라와 입원했을 때, 우리는 그렇게 궁금해하던 맛집의 음식들을 포장해 갔다. 그때마다 아저씨는 맛있게 먹기도 하고, 간이 짜다며 웃기도 했다.


사실 아저씨는 입맛이 아주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별의별 요리도 뚝딱뚝딱해내고, 집 안의 정리정돈도 완벽하게 하는 깔끔하고 꼼꼼한 사람이었다. 까무잡잡한 시골 남자의 외양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아저씨는 바람난 부인과 헤어지고 두 남매를 혼자 키웠다. 나중에는 아담한 단독주택을 사서 1층에 어머니까지 모시고 살았다. 아저씨는 효자였고, 성실한 가장이었다.

        

아저씨가 하늘로 간 이후에 나는 아저씨 생각을 자주 한다. 대학교를 서울로 간 나는 서울살이를 하며 딱히 아저씨를 떠올리진 않았다. 아저씨는 방학마다 제주에 오면 늘 있는 가족 같은 사람이었다. 아저씨의 일상이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어느 날 아저씨가 김건모의 "미안해요"를 너무 진심으로 따라 불렀을 때, 아저씨가 누군가에게 못해준 마음을 갖고 있구나 짐작했을 뿐이다. 아저씨에게도 많은 사연과 서사들이 있겠지. 많은 이들과 만나고, 헤어졌겠지.


아저씨는 차를 운전하고 있을 때면 마치 축구 해설자 같았다. "아, 저 아줌마 살 좀 빼야겠네요! 뒤뚱뒤뚱 걷다가 넘어지겠습니다! 아, 거기 아저씨 담배 그만 피우세요. 건강에 해로워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해설에 우리는 까르르 까르르 웃었다.

 

아저씨와의 마지막 문자들은 지금도 내 옛날 핸드폰에고이 담겨 있다. 서울에 입원해 있느라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함께 하지 못했던 아저씨는 못내 그게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아저씨의 착하디 착한 마음이 그대로 거기 남아있다. 내게는 가족이었고, 내 인생에 하나뿐인 나의 아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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